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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1월 문 여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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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1월 문 여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입력
2011.02.0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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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지 않는 담담함… 북촌길 등 골목길과 허물없이 연결

내년 11월 서울 한복판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가칭)이 문을 연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옛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자리에 들어선다. 서울 시내 미술관 중에서는 최대 규모다. 미술관은 논란이 됐던 기무사 복원과 옛 종친부 건물(현 정독도서관 내)의 서울관 경내 복원이 지난해 확정됨에 따라 올 5월 기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한다. 미술계는 서울관이 역사적 유물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현대미술을 선보이는 서울의 대표적인 랜드 마크로 거듭나기를 고대하고 있다.

열린 미술관

일단 새로 지어질 서울관의 외관은 비교적 단순하다. 지상 3층, 지하3층의 총 3만8,200㎡ 규모. 설계주제인 '형태 없는 미술관'(Shapeless Museum)에 따라 특별한 멋을 내지 않았다. 건물은 대지평균 12m 이하의 고도제한 구역이라 튀지 않게 낮고 다소 밋밋하다. 하지만 이 같은 외형이 오히려 주위 경관과 잘 어우러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건물 9동은 내부로 모두 연결되며, 정문 없이 여러 개의 출입구를 만들어 북촌길 등 골목길과 자유롭게 연결되는 구조다. 또 유리 통창을 만들고 담도 허문다. 복원되는 기무사 건물은 전시공간과 아트숍으로 이용될 예정이며 종친부 건물도 북쪽에 그대로 살린다.

내부는 기능성을 높였다. 전시공간은 전시장 9개, 워크샵 갤러리, 미디어 랩 등을 포함해 총 1만1,500㎡로 전체 공간의 약 30%를 차지한다. 미국 뉴욕현대미술관,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의 전시공간이 약 23%인 것과 견주어 볼 때 충분한 편. 또 전시공간 천장에 통창을 만들어 자연채광을 활용해 보다 편안하고 쾌적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림을 보관하고 작가들의 작품활동을 지원하는 작업공간(4,700㎡)과 예술교육과 다양한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다목적홀, 강의실, 멀티미디어 자료실, 영화관 등(5,800㎡)도 마련된다. 시민편의를 위한 인포박스, 카페테리아 등 부대시설도 들어선다. 서울관 건립을 총괄하는 강승완 팀장은 "전시, 교육, 체험, 창작 문화활동이 융합된 발전소 역할을 할 서울관은 대중을 향해 열린 미술관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서울관이 개관하면 연간 200만명의 관람객을 유치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명, 준비기간 등 보충할 점도 남아

하지만 아직 보충해야 할 점도 많다. 미술관은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에 걸쳐 각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서울관 관련 좌담회를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은영 큐레이터는 "설계안으로 보면 전시실 층고가 7~15m로 굉장히 높은데, 이럴 경우 천장조명만으로 작품을 커버할 수 없어, 별도의 조명을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이를 감안해 설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균 서울시립미술관 학예부장은 "관람객 대부분이 여름과 겨울에 집중되는데, 그럴 때 부족한 공간이 서비스 공간이다"며 "전시장 사이 사이에 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보이는데 이 역시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유리 통창에 따른 습기문제, 건축물의 정체성 등도 함께 지적됐다. 또 30~50년 후를 내다보고 설계 해야 한다는 바람도 전달됐다.

촉박한 준비기간도 문제다. 5월 기공식을 앞두고 4월까지 최종 설계안을 제출해야 하는 것. 건축 전문가들은 "설계 검토에만 6,7개월이 걸리는데 국가를 대표할 미술관을 짓는 이번 프로젝트 설계 검토기간은 고작해야 두어 달이다"며 "착공을 연기하더라도 좀 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충분한 검토를 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또 "건물 완공까지 건축가가 진두 지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하는데 현재로선 착공하게 되면 건축가가 감리 등에 참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 설계 맡은 민현준 홍익대 교수

"내부에서는 전시가 돋보이고, 외부에서는 경복궁이 돋보이도록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이 건축가는 서울관을 국제적인 '랜드마크'로 만들고 싶은 꿈을 버렸다. 티타늄으로 뒤덮인 '메탈 플라워',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처럼 미술관 소장품보다 건물 그 자체로 유명해질 수 있는 기회를 과감히 내친 것. 지난해 8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축설계 공모전'에 118대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선된 건축가 민현준(43ㆍ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씨 얘기다.

지난달 말 서울 수송동 서머셋빌딩 세미나룸에서 열린 서울관 전문가 좌담회에서 그를 만났다. 배경부터 따져 물었다. 서울관이 들어설 자리는 기무사와 종친부 건물은 물론이거니와 주위 경복궁, 북촌 한옥마을 등 유서 깊은 공간이다. 민 교수는 "20세기 이후 서울은 유럽의 도시들처럼 도시의 형태가 완성되는 과정"이라고 운을 뗀 뒤 "죽어가는 도시구역이라면 재개발을 위해 '랜드마크' 건축물이 필요하겠지만, 서울관의 자리는 살아있는 강력한 컨텍스트(역사유적)들이 있어 새로운 미술관은 주위 경관에 조용히 녹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마당'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미술관은 '마당'의 주변에 배열돼 형상적으로 화려하지 않더라도 주변의 컨텍스트에 녹아 들어 역사적, 도덕적으로도 대단히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실제 서울관 설계도를 보면 마당을 살린 후 건물이 살짝 이를 감싸 안은 형태다. 그는 "건물이 지어진 결과로 남겨진 공간이 마당이 되는 게 아니라, 정형의 마당을 배열하고 주변의 공간으로서의 건축물이 놓여지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가 마당을 강조하게 된 데는 서울관의 '공공성'에 있다. 그는 "공원 같은 건축"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학교, 병원, 사무실 등 특정 목적을 가진 건축은 누군가를 위한 공간인 동시에 다른 누군가를 배척하는 모양이 되기 쉽다"며 "하지만 공공건축이란 누구에게나 평등한 공원처럼 지어져야 한다"고 했다. 또 "공원이 시간이 흐를수록 그윽하게 익어가듯 '마당'을 통해 미술관도 시민과 작가들과 함께 성장하고 무르익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래도 너무 평범하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서울관은 결코 평범한 건물이 아니다"며 "마당에서 경복궁 등 역사유적을 바라보면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어 앞으로 더욱 그 가치를 발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8월 공모심사에서도 그의 작품은 '마당'개념을 도입해 주변과 조응하는 가장 적절한 건물이라며 만장일치로 뽑혔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예술은 때로 예술가가 아닌 수용자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얘기가 머릿속을 스쳤다. 내년 말 완공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오롯이 미술작품과 작가, 그리고 작품을 찾는 사람들의 것이 될 것이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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