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로제타 혁명'은 과연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릴 수 있을까. 6일로 13일째 민주화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이집트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현재까지는 30년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계속 권좌를 유지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분명해졌지만 자유로운 선거를 거쳐 명실상부한 민주 정부를 수립하기 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이런 측면에서 이집트 시민혁명은 초기 단계의 성공만으로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으면서도 향후 사태진전에 따라서는 혁명의 완성에 긴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이집트 민중의 힘을 과소평가, 이집트 정책에서 갈팡질팡 하는 등 이중성만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세계 놀라게 한 로제타 혁명
영국의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3일자)에서 이집트 시위를 '로제타 혁명'으로 지칭했다. 이집트에서 처음 발견돼 고대 상형문자 해독의 길을 열었던 로제타스톤처럼 이번 이집트 시위도 새로운 혁명의 길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우선 "1789년 프랑스 혁명, 1917년 러시아 혁명, 1979년 이란 혁명과 이번 이집트 혁명은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의 로베스피에르나 러시아의 트로츠키처럼 배후에서 사주하는 사람 없이 대중 자발적이고, 이란과 달리 이슬람이 앞장서지 않은 세속적 혁명이라는 것이 그렇다. 시위가 상대적으로 평화적이었다는 점도 과거와는 다르다.
또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시위에 처음 불이 붙었고, 뚜렷한 야권 지도자나 시위 집행부가 없는 상황에서도 2주 가까이 시위가 이어진 점도 놀라운 부분이다.
무바라크 퇴진은 9부 능선 넘었나
지난 2주 사이 상황은 급변했다. 이집트 정부는 무바라크 대통령 9월 대선 불출마, 집권당 지도부 퇴진 등 잇따라 양보책을 내놓았다. 미국도 과도정부로의 권력이양에 무게를 싣고 있다. 무바라크는 시점이 언제든 퇴진할 수밖에 없는 외길로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보면 이집트 민주화 시위는 9부 능선을 넘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무바라크 대통령의 즉각 하야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 미국 등의 이중적 태도, 새 정부에 대한 이집트 군부의 구상 등이 향후 크고 작은 변수가 될 것임도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이집트 시민혁명에 대한 중장기적 평가는 진행중인 정치개혁 협상과 앞으로 치러질 선거의 결과를 봐야 보다 분명하게 언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계 드러낸 미국의 대아랍정책
이번 사태로 가장 체면을 구긴 쪽은 미국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첫 시위 직후인 26일 "이집트 정부는 안정적"이라고 했다가 이후 '질서 있는 이행(orderly transition)'으로 무바라크 퇴진을 압박하는 등 오락가락 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처음에 "무바라크 대통령은 독재자가 아니다"라고 까지 언급, 아랍 민주화에 대한 미국의 이중적 태도를 결정적으로 드러냈다. 때문에 미국의 대아랍권 외교정책의 정당성과 신뢰도에는 큰 상처가 난 상태다. 미 뉴욕타임스도 5일(현지시간) "중동 평화협상과 이란 봉쇄에 초점을 맞춰오다 이번 사태를 갑자기 맞은 오바마 행정부는 혼재된 메시지로 혼란감만 더해줬다"고 분석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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