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집트에 연 15억달러의 군사원조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집트 군부에 대한 영향력은 크지 않다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이집트 민주화 시위가 시작된 이후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과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은 모하메드 탄타위 이집트 국방장관, 사미 에난 육군 참모총장과 각각 수 차례 회담과 전화통화를 통해 미국의 입장을 이집트 군부에 전달했다.
그러나 시위가 점점 과격화하고 정치개혁 요구로 비화하면서 안보 및 국방분야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은 점점 제한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분석한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이집트 군대가 징병제라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서민층 젊은이들이 사병의 대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군부와 국민의 유대감이 크고, 이는 군부와 시위대의 관계에서도 심리적 결속력을 강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이번처럼 민주화를 요구하는 정치시위에서는 군부의 '역할'을 기대하는 미국의 요구가 먹혀들 여지가 더욱 적어진다.
미 합참의장 대변인인 존 커비 해군 대위는 "물리력 사용에 의한 해결책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미 국방부의 영향력은 한계가 있다"며 "이 때문에 이집트 군부와의 대화에서도 그들에게 무엇을 요구하거나 충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집트가 친미정권이지만,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나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 등 핵심 지휘부가 소련에서 군사교육을 받았다는 점도 미국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미국은 이집트 시위 양상이 군부가 방임하는 상황으로 흐르자 시위 초반 일부 정치권에서 제기한 '군사원조 단절'이 득보다 실이 많다고 보고, 이집트와의 군사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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