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은 설과 추석이 항상 시장의 중요한 변곡점이 된다고 믿고 있다. 이유는 이렇다.
가족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꼭 집 문제가 등장한다. 가족 중에 적어도 누군가 한 명은 혼사든 이사든 어떤 이유로든 집에 관한 고민을 안고 있기 마련인데, 보통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 방향이 결정된다는 것. 한 시장전문가는 "앞으로 주택시장의 향방을 결정하는 데 이번 설 연휴가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이번 설 연휴는 ▦봄 이사철을 앞둔데다 ▦본격적인 금리인상이 시작된 시점이고 ▦특히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종료시한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향후 주택매매 및 전세시장 흐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3월이 관건
설 연휴 이후 관심의 포인트는 두 가지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집값은 계속 뛸 것인가, 그리고 폭등하는 전셋값은 좀 진정될 것인가. 전문가들은 이 부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로 금리인상과 DTI완화 종료여부를 꼽고 있다. 그리고 일단 3월까지의 부동산시장 흐름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한국은행 기류로 볼 때 향후 금리인상은 보다 공격적으로 진행될 전망. DTI 완화조치의 연장여부는 "DTI까지 다시 조일 경우 주택시장은 완전히 얼어붙을 것"이란 연장 불가피론과 "한편으론 금리를 올리면서 다른 한편으론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정책"이란 연장 불가론이 팽팽히 맞서 있다.
이에 대해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DTI 한시적 완화 조치가 3월말로 일단 종료되는데 이대로 끝나느냐 아니면 더 연장되느냐에 따라 매매시장에는 심리적 충격 또는 기대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인상에 대해 "금리가 아직은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더 오른다면 주택구매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매매심리가 다소 살아나고는 있지만, 금리와 대출규제 등 전반적 환경은 매매활성화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사실. 때문에 설 연휴 이후 획기적인 시장심리의 폭발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오히려 금리인상이나 DTI완화 여부에 따라 상승흐름이 꺾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세난 길어질 듯
당장 3월부터 시작되는 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시장 전망은 암울하다. 전세난의 원인인 입주물량 부족과 전세수요 증가를 단기에 해소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우선 입주 부문. 봄 이사철 쏟아질 신규 이주 수요에 비해 입주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업계가 추정하는 3월 입주물량은 4,000여가구. 지난해 3월 입주물량(2만906가구)의 20%에 불과한 수준으로, 최근 10년간 3월 입주 물량과 비교해도 가장 적은 수치다. 국민은행이 6일 발표한 1월 기준 전국 전세 변동률이 9년 만에 최고치인 0.9%를 기록한 것도 불안심리와 입주물량 부족에 대비해 서둘러 미리 전세물건을 잡으려는 수요자들이 몰린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전세수요를 매매로 분산시킬 재료도 없다. 금리인상, DTI 완화 종료 등 매매수요에 관한 한 악재투성이다. 남희용 주택산업연구원장은 "구입시기를 관망하고 있는 전세 수요자들이 집을 사지 않는 한 주택거래 감소와 전세 불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신혼부부 등 신규 전세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는데, 여유 있는 사람들조차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계속 눌러 앉게 된다면 지금 전세난은 봄을 지나 가을까지도 계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가지 주목할 점은 전셋값 상승세가 결국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냐는 것. 이에 대해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02년초 전셋값 상승이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당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전국 68.9%, 수도권 66.4%였지만, 지난해말 기준 전세가율은 전국 57.1%, 수도권 46.5%에 불과하다"며 "아직 매매가 상승 없이 전세가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는 만큼 전셋값이 매매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은 시기상조"라고 분석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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