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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 vs 드래곤 '스마트폰 유리' 대결 한국은 아직 구경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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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 vs 드래곤 '스마트폰 유리' 대결 한국은 아직 구경꾼

입력
2011.02.0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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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와 용이 맞붙었다. 동물이 아닌 유리 얘기다.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등 스마트기기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화면을 보호하는 강화유리다. 화면을 건드리는 작동 방식이나 디자인 때문에 강화 유리 쓰임새가 늘고 있다.

강화유리 중에서도 뛰어난 강도로 전세계 시장을 휩쓸다시피 하는 제품은 미국 코닝이 개발한 특수유리인 고릴라다. 코닝의 독주를 보다 못한 일본 아사히글라스가 지난달 말에 드래곤트레일이라는 제품을 개발해 맞불을 놓았다. 스마트 기기 경쟁으로 촉발된 싸움이 고릴라와 용이 맞붙는 유리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50년 만에 깨어난 고릴라

스마트기기에 맞는 특수 강화유리 시장을 개척한 것은 미국 코닝. 코닝은 무려 50년 전인 1961년에 비행기나 기차, 자동차 앞유리용으로 잘 깨어지지 않는 강화유리 켐코를 개발했다. 하지만 망치로 두드려도 깨지지 않는 이 유리는 너무 앞서간 탓에 시장이 열리지 않아 50년 동안 창고에서 먼지만 뒤집어 쓰고 있었다.

그러다가 2007년 미국 휴대폰업체가 충격에 강한 유리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했고, 코닝은 켐코를 꺼내 경도를 높일 수 있도록 새로 개발한 이온교환처리 기술을 추가해 이름처럼 강한 고릴라를 내놓았다. 이 제품은 펜으로 마구 내리찍어도 잘 깨어지지 않았다.

덕분에 전세계 스마트 기기 업체들이 앞다퉈 고릴라를 채용했다. 우선 애플이 아이폰4, 아이패드 등에 채택했고 삼성전자가 갤럭시S, 갤럭시탭에 사용하고 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델과 에이서의 노트북은 물론이고 지난달에는 일본 소니가 TV용 강화유리로 고릴라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전세계 20여개사, 200여개 이상 제품이 채택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품귀 현상마저 빚고 있다.

고릴라가 만든 새로운 특수 강화유리 시장은 2009년 7,5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억5,000만 달러로 3배 이상 커졌고, 올해는 10억 달러 이상을 내다보고 있다. 이에 코닝은 미국, 일본 등에 1억8,000만 달러를 들여 공장을 증설하고 공급을 늘릴 방침이다.

추격에 나선 드래곤트레일

고릴라의 독주를 막기 위해 아사히글라스가 내놓은 드래곤트레일은 유리에 특수 화학처리를 해 일반 강화유리보다 강도가 6배 이상 강해 잘 긁히지 않고 어지간한 충격에 깨지지도 않는다. 또 비소나 납, 안티몬 등 유해물질이 들어있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아사히측은 이 제품을 앞세워 스마트폰 뿐 아니라 TV까지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문제는 고릴라의 시장을 얼마나 파고들 수 있는 지 여부다. 아직까지 드래곤트레일을 사용한다고 발표한 제품은 없다.

아사히측은 올해 특수 강화유리 시장에서 약 3억6,000만 달러 규모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요시아키 타무라 아사히글라스 수석 부사장은 "드래곤트레일은 회사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할 전략 제품"이라며 "세계 시장이 커지는 만큼 새로운 용도를 끊임없이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는 없다

올해 특수 강화유리업체들이 주목하는 시장은 TV다. 강화유리는 TV 디자인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최근 첨단 디자인으로 각광받는 테두리없는 얇은 TV를 만들려면 충격에 강한 강화유리가 필수다. 소니가 고릴라를 채택한 것도 같은 이유다. 여기에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소니, 닌텐도 등에서 TV에 연결해 즐기는 동작인식 게임기들을 내놓은 것도 강화유리 시장을 키우고 있다.

게임 조종기가 TV 화면으로 날아가 부딪쳐도 깨지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닝은 올해 특수 강화유리 시장의 상당 부분을 TV 수요로 보고 있다. 한국코닝 관계자는 "올해 TV용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그래서 공장 증설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시장에 국내 업체가 없다는 점이다. 기술 장벽을 넘기가 쉽지 않기 때문. 특수 강화유리는 강하면서 얇아야 한다. 코닝의 고릴라는 두께가 0.5㎜에 불과해 강화 유리 중에 가장 얇다. KCC가 고릴라를 따라잡기 위해 특수 강화유리를 연구개발 중이지만 아직 제품이 나오지 않았다. KCC 관계자는"현재 1.6mm까지 두께를 줄였는데 이를 더 얇게 하기 위해 연구중"이라고 설명했다.

고릴라도 약점이 있다. 바로 무게와 가격이다. 스마트기기 제조업체에 따르면 고릴라는 같은 크기의 다른 강화 유리보다 무겁다. 업계에서는 아이패드가 무거운 이유중 하나로 고릴라를 꼽기도 한다.

가격도 비싸다. 그래서 애플이 준비 중인 아이패드2에 고릴라 대신 다른 제품을 채택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블릿PC 개발업체인 엔스퍼트 관계자는 "고릴라의 가격과 무게 때문에 쉽게 사용하기 힘들다"며 "그래서 이달 말 내놓는 태블릿 PC '아이덴티티 크론'은 일본 강화유리를 가공처리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고릴라의 약점은 국산 업체들이 파고들만한 요소다. 가격을 낮추고 무게를 줄일 수 있다면 고릴라가 휩쓴 특수 강화유리 시장을 충분히 파고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결국 코닝이 선점한 시장에서 후발 주자가 살아남으려면 가격과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며 "그만큼 더 얇고 저렴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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