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동안 미국을 비롯한 해외 증시는 대체로 강세를 나타냈다. 이집트 사태에서 비롯된 정치적 불확실성보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더 크게 작용한 것이다.
작년 말 이후 미국에서 발표되고 있는 경제지표들은 미국 경제가 회복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소비 지표의 개선이 뚜렷하다. 작년 말 미국 소비가 깜짝 증가세를 나타낸 이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치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11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 컨센서스는 지난 12월 초에는 2.6%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3.1%로 높아졌다. 소비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결과다.
소비 회복과 성장률 전망 상향에는 정책적 효과가 큰 영향을 줬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한 이후 오바마 행정부가 반대해왔던 고소득자에 대한 감세 조치가 연장됐다. 또한 실업자에 대한 실업수당 연장 법안도 의회를 통과했다. 모두 정부의 재정 부담을 높이는 조치들이지만 단기적인 성장률 제고에는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지난주 발표된 1월 미국의 신규 취업자수는 3만명을 조금 넘는 데 그쳤다. 미국의 고용이 의미 있는 개선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매월 15만명 이상의 신규 취업자가 나와야 한다. 아직 고용 회복은 더디고, 이는 최근의 소비 회복이 민간 부문의 자생력보다는 여전히 정책효과에 영향을 받은 바가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정책효과에 기인할지라도 연말 미국의 소비가 워낙 괜찮았기 때문에 한국과 같은 대미 수출국들의 수출은 향후 2~3개월 동안은 호조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연말 미국 소비 회복에 따른 수출 급증은 기업들의 재고를 상당수준 소진시킨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재고 확충을 위한 생산 증가가 향후 수개월 간 나타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뚜렷하게 나타나는 한국과 대만, 독일 등 수출 경쟁력이 있는 대표적 공업국가 증시의 강세는 이런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미국의 고용지표까지 회복세를 나타낸다면 미국 경기 회복에 기댄 경기 회복 흐름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향후 2~3개월 동안에는 경제 지표 개선을 주가가 반영하는 과정은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데, 이런 논의도 기본적으로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개념적 정의는 경제 주체들이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를 가지는 것이다. 수요 회복이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단지 비용 측면에서만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존재한다면 이런 상황이 지속되기는 어렵다. 단지 비용요인에 의해서만 물가가 오른다면 높아진 가격에서 소비를 해줄 수 있는 수요자가 존재하지 않아 물가는 다시 떨어지게 된다. 이는 일시적인 물가 불안이지,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의 확산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으로 보기 힘들다.
최근의 인플레이션 논의에는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가 상승에 대한 우려와 함께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함께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주식시장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반영해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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