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경기 평택시는 LG전자 평택디지털파크와 ‘쇼핑 및 회식 전용 퇴근버스’를 운행하기로 합의했다. 버스는 추석을 1주일 앞두고 디지털파크의 사내 통근버스 중 하나로 배정, 퇴근시간인 오후 5시30분에 출발해 약 8㎞ 떨어진 평택 중앙시장과 송북시장을 경유해 디지털파크로 되돌아오는 노선으로 운행을 시작했다.
버스 운행에 필요한 모든 비용은 전통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LG전자가 흔쾌히 부담키로 했다. 시는 이용자가 많을 경우 증편운행까지 고려했고, LG전자도 구내식당 등에서의 홍보를 통해 임직원들의 지역 전통시장 이용을 유도했다. 손님 한 명이 아쉬운 상인들은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대기업과 전통시장의 상생을 위한 신선한 시도는 저조한 호응 속에 슬그머니 막을 내렸다.
6일 평택시와 LG전자에 따르면 전통시장 전용버스는 지난해 연말을 끝으로 운행을 중단했다. 전용버스를 타고 전통시장을 찾는 임직원이 적었던 게 결정적인 이유다. 적을 때는 승객이 몇 명에 불과했고, 아예 빈 차로 운행한 날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시장 관계자는 “초반에는 간부들까지 와서 회식을 하고 그랬는데 조금 지나자 뜸해졌다”며 “버스가 안 온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이 없다는 의미다. 시장 활성화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상생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허점이 있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디지털파크는 47만여㎡ 부지에 18만여㎡의 생산 및 연구시설, 부대시설 등으로 이뤄진 거대한 단지다. 근무하는 직원 수도 7,500여명에 이른다. 문제는 이들 중 대다수가 평택시 밖에 거주한다는 점이다. 서울이나 경기 오산시, 수원시, 화성시 등에 사는 직원들이 번거롭게 평택의 전통시장에 들러 물건을 산 뒤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매우 불편하다. 시 관계자는 “임직원 중 일부가 이용했지만 갈수록 흐지부지됐다”며 “직원들의 출퇴근 경로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고, 시장 자체가 특화되지 않았던 것도 이유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