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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긴자에 부활하는 노면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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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긴자에 부활하는 노면전차

입력
2011.02.0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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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東京)의 얼굴과도 같은 번화가 긴자(銀座)에 반세기만에 노면전차를 부활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 주오(中央)구는 2011년도 예산안에 ‘차세대형 노면전차 정비 조사비’로 1,500만엔(2억원)을 포함시켰다. 이르면 2018년께 개통을 목표로 긴자에서 관광명소인 쓰키지(築地)시장을 지나 도쿄만 매립지구인 하루미(晴海)까지 2.8㎞를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도쿄에는 지금도 와세다(早稻田)대학 주변 아라카와(荒川)선을 노면전차가 달리고 있다. 하지만 시가지를 거미줄처럼 엮었던 과거에 비하면 거의 모습을 감춘 것이나 다름없다. 일본 시민단체 조사에 따르면 최전성기 도쿄를 비롯해 67개 도시에 총연장 1,479㎞ 선로를 노면전차가 달렸지만 지금은 그 때의 6분의 1 수준인 19개 도시 238㎞에 불과하다. 노면전차가 사라진 가장 큰 이유는 자동차가 급증하면서 도로 이용 효율성 측면에서 최소 2개 차선을 독점해야 하는 노면전차의 단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대도시에서는 노면전차의 역할을 지하철이 대신하게 됐다.

그렇게 모습을 감춘 노면전차가 메갈로폴리스 도쿄에 다시 등장하는 이유는 무얼까. 편리하기는 하지만 자동차 중심의 교통수단이 가져온 폐해가 적지 않다는 점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도로이용에서 효율적인 건 사실이지만 대기오염과 소음, 교통정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총연장으로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도쿄 지하철이 이같은 문제를 억제하는데 큰 몫을 해왔지만 지하철은 공사비가 많이 들고 공기가 길다는 단점이 있다.

긴자에 건설을 검토 중인 차세대형 노면전차는 지하철 건설비의 10분의 1 비용이면 설치가 가능하다고 한다. 게다가 전차의 높이가 도로와 거의 비슷한 저상형으로 승하차가 편리해 초고령화사회를 맞은 일본에 안성맞춤이다. 물론 전기로 달리니 버스가 뿜어내는 매연 같은 건 없다. 긴자 노면전차의 부활을 많은 도쿄시민들이 반기는 모습이다. 특히 노년층은 일본경제가 고도성장기를 맞으며 활기에 넘치던 시절의 추억을 돌이키며 애틋한 감상에 젖는 분위기다.

이같은 매력 때문에 유럽에서는 일본보다 한참 앞서 노면전차 붐이 일었다고 한다. 대표적인 나라가 프랑스다. 도심 교통혼잡과 석유위기 대책으로 1970년대부터 노면전차에 주목한 프랑스는 1985년 낭트시의 저상형 전차 도입을 시작으로 주요 도시에서 잇따라 노면전차를 개통하고 있다.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도 1990년대부터 노면전차를 부활하고 있다. 한때 유행처럼 경전철 건설을 표방하던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도 최근 경전철에 비해 비용이 덜 들고 소음도 적어 민원발생 가능성이 낮은 친환경 노면전철에 눈을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긴자의 노면전차 도입 움직임을 보며 자동차 중심 도시로 대중교통의 큰 몫을 버스가 떠맡고 있는 서울을 떠올렸다. 대기오염물질 중 가장 인체에 해롭다는 미세먼지의 경우 2008년 서울의 평균치는 55㎍/㎥이지만 도쿄는 24㎍/㎥에 불과하다. 이산화질소도 서울이 0.038ppm일 때 도쿄는 0.021ppm, 아황산가스는 서울이 0.006ppm 도쿄는 0.002ppm이다. 도심 대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선 오염의 주범인 자동차 대책이 필수다. 서울의 버스전용도로에 매연을 뿜어대는 버스 대신 노면전차가 달리는 풍경은 어떨까.

김범수 도쿄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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