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힌 일은 끔찍했다. 우리는 무기력했다. 어디에 얼마나 억류돼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더욱 끔찍했던 것은 이집트인들이 그들의 정부에 의해 고문당하는 것을 보는 것, 특히 벽 너머의 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오후 카이로로 가는 도중 연행돼 나스르시 무카바라트(이집트 비밀경찰) 본부에서 24시간 동안 억류됐던 자사 기자 2명의 경험담을 4일 보도, 악명높은 비밀경찰의 정체를 폭로했다.
시위현장을 취재하러 가던 길 검문소에서 제지당한 수아드 메키넷, 니콜라스 쿨리시 NYT 기자는 무카바라트 본부로 넘겨져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만 있는 차디찬 방의 형광등 불빛 아래서 심문을 받았다. 이들은 옆 방에서 아랍어로 "너희들이 기자들한테 말했지? 네 조국을 헐뜯었지?"라고 심문하는 소리와 고통에 찬 울부짖음을 들었다. 다음날 아침 한 남자가 프랑스어 억양의 영어로 "여기가 어디냐"고 묻는 소리에 이들의 두려움은 더욱 커졌다.
기자들은 이 곳에서 눈이 가려지고 손이 묶인 서구인과 이집트인 20명 이상을 목격했고 사복경찰은 그들에게 "더 비참하게 다룰 수도 있다"고 낮은 목소리로 협박했다고 전했다. NYT 기자들은 신체적으로 고문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눈이 가려진 채 고문 소리를 들어야 했다. 3일 밤 10시께 펩시콜라와 쿠키를 받았지만 식욕을 잃어 먹지 못했다.
그들은 4일 낮 압수당한 소지품과 현금 등을 돌려받은 뒤 창을 가린 차에 태워졌고 시위현장에서 동떨어진 카이로 시내에 남겨졌다.
국제언론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시위기간 30여명의 기자들이 구금됐고 언론인에 대한 공격이 26차례, 장비가 몰수되는 일이 8차례 있었다. 3일부터 언론인을 겨냥한 폭력과 억류가 발생하고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5일 아흐메드 샤피크 이집트 총리는 "취재 활동을 방해하라는 어떤 지침도 하달되지 않았고 언론의 자유가 보장돼 있다"고 CNN에 밝혔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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