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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 차기 변협 회장 내정 신영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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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 차기 변협 회장 내정 신영무 변호사

입력
2011.02.06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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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법조 3륜의 한 축, 변호사업계의 수장인 대한변호사협회 제46대 회장에 신영무(67) 변호사가 사실상 내정됐다. 28일 열리는 변협 정기총회에서 전국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신 변호사는 변협 전체 회원의 70%를 차지하는 서울변호사회의 후보로 선출됨으로써 차기 변협 회장에 내락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 변호사는 판사로 재직하다 변호사로 개업, 법무법인 세종을 세운 뒤 국내 5대 로펌으로 키워내면서 성공한 법조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명예나 재력이나 남부러울 것 없던 그가, 그런데 칠순을 앞둔 나이에 ‘엉뚱한’ 도전을 했다. 단독개업 변호사 출신이 맡아왔던 변협 회장 선거에, 그것도 선거일 불과 1개월여를 앞두고 느닷없이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대형 로펌 출신이라 업계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개업변호사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리한 여론이 나올 것을 알면서도 그는 왜 모험에 나섰을까. 서울변호사회의 변협 회장 후보 경선이 있었던 지난달 28일, 박빙의 차이로 선거에서 승리한 뒤 선거캠프로 돌아가는 그의 차에 동승해 이유를 물어봤다.

_ 2,601표를 얻어 상대 후보였던 하창우 전 서울변호사회 회장에 167표 차이로 신승했다.

“정말 박빙이었다. 상대 후보가 다져놓은 표가 생각보다 많았던 것 같다.”

_ 선거 준비는 어떻게 했나.

“정공법으로 나갔다. 출마 이유와 동기, 위기에 처한 변호사들에게 어떤 방향을 제시할 것인지를 일일이 알렸다. 사무실에 가도 한번 만나기도 어려운 게 변호사 아닌가. 서울변호사회 소속 변호사가 7,390명인데, 한 바퀴 다 돌았고 대략 반 정도는 만난 것 같다. 선거운동 마지막날 저녁이 되니까 긴장이 풀려 온몸에 힘이 다 빠지더라.”

_ 반응은 어땠나.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두 달인데, 우리는 뒤늦게 뛰어들어 한 달밖에 선거운동을 못한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반응은 괜찮았다. 도중에 박빙이 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많아 걱정했는데 마지막 1주일을 앞두고 상황이 많이 좋아졌던 것 같다.”

차로 이동하는 동안 그의 휴대폰은 쏟아지는 축하 전화로 불이 났다. 법조계 원로답게 전직 법무장관, 대기업 사장, 언론사 편집국장 등 전화를 걸어온 사람들의 면면도 남달랐다. 그는 통화마다 “낙승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박빙일 줄 몰랐다”며 “정말 표심이 무섭다”고 말하면서 연신 가슴을 쓸어내렸다. 선거 결과에 대한 부담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_ 선출직은 처음인데.

“그렇다. 이 나이에 선출직에 나온 걸 두고 나 스스로 참 엉뚱한 놈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다. 1970년대 맨손으로 유학갔고, 다녀와선 혼자서 로펌 사무실을 차렸다. 개척, 도전 정신이 강한 편이다.”

_ 남들은 은퇴할 시기에 새로운 도전을 한 이유는.

“세종 대표로 재직하면서 정년을 65세로 정했다. 그래야 젊은 변호사도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까. 나도 2년 전 정년이 차서 경영권을 넘기고 사회복지재단, 장학재단, 정책포럼 등에서 일했다.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던 차에 법률시장이 위기에 처한 것을 보고 법조계 선배로서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 의미있겠다고 생각해 출마를 결심했다.”

_ 변협 회장의 새로운 컬러가 뭐냐, 이런 걸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마디로 개혁적인 컬러다. 그 동안 훌륭한 회장들이 역임했지만 법률시장의 어려움과 그 심각성을 피부로 못 느꼈던 것 같다. 지금 젊은 변호사들은 허허벌판에 버려진 사람들이다. 개업 5년차 젊은 변호사의 평균연봉이 3,700만원, 사법연수원 수료생 중 45%가 미취업 상태다. 내년에 로스쿨 수료생 1,500명이 동시에 나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불확실한 장래 때문에 모두가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법조계는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있는 곳 아닌가. 그렇다면 국가적 차원에서 이런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말도 안 되게 마구잡이로, 계획도 없이 사람만 뽑기 위해 로스쿨 수료생을 배출하려 한다.”

_ 로스쿨 제도 도입을 논의했던 사법개혁의 방향이 잘못됐다는 말인가.

“잘못됐다. 정말 잘못됐다. 로스쿨 제도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할 것이다. 로스쿨 인원 수 배정도 일부 대학에는 40명을 주고 서울대에는 150명을 줬는데, 미국에서 인원이 가장 적다는 예일대도 170명 정도다. 40명을 놓고 무슨 교육을 할 수 있나. 양과 질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_ 그렇다면 정부에 어떤 요구를 할 것인가.

“최우선적으로 법원의 로클럭(law clerkㆍ법률연구관) 제도를 내년부터 도입하자고 할 것이다. 단독 판사 이상에게 로클럭 1명씩 붙여주면 당장 1,800여개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 로클럭 제도가 도입되면 과중한 판사의 업무를 도와줄 수 있고, 로클럭들도 좋은 실무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 제도를 시행하는 데는 다리 하나 놓을 돈이면 충분하다. 법조 일원화 차원에서도 좋은 구상이다. 또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해외공관의 법률 관련 직책에 변호사를 채용하도록 하는 법무담당관 제도, 국회의원의 입법과정에 변호사가 참여하는 입법보좌관 제도도 도입해 변호사의 공직 진출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정부가 대국민 법률서비스 확대를 위해 로스쿨 도입을 강요했다면, 법조계는 거꾸로 정부와 시민사회에 변호사 일자리 확대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_ 로스쿨 졸업생 수를 일정 비율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퍼센트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질 관리가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선 변호사 시험을 변협에서 주관해야 하고, 변협에서 실시하는 실무수습을 마친 후에 변호사 등록을 허용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서울변호사회 경선에서 하창우 후보는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로스쿨 정원의 절반 이하로 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반면, 신 변호사는 로스쿨 졸업생의 자질 관리와 진로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그가 서울대 로스쿨 겸임교수였던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는 “그 자리를 갖고 있으면 로스쿨 제도를 개선하는 데 부담스러울 것 같아 선거 출마 직전 사퇴했다”고 말했다.

_ 올해 법률시장이 개방되된다. 대책이 있는가.

“미국 로펌 폴 헤이스팅스의 니츠코우스키 변호사가 ‘FTA가 발효되면 곧바로 서울 간다’고 말했던 것처럼 영미의 대형 로펌들이 자본력을 앞세워 앞다퉈 국내 법률시장에 달려들 것이다. 시장 개방이 우리 중소 로펌과 개인변호사에게 피해가 되지 않고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변협 산하에 법률시장개방대책위원회를 설치해 외국 법률사무소의 탈법ㆍ위법 행위를 감시ㆍ감독할 것이다. 또 법률시장 개방을 기회로 삼아 국내 변호사들이 아시아 법률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아시아중재센터’를 한국에 유치하도록 할 것이다.”

_ 선거 기간 ‘대형로펌 출신이라 로펌의 이익만 대변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참으로 안타까운 말이다. 난 은퇴해서 세종의 지분이 하나도 없다. 65세 정년제에 따라 지분을 다 반납했다. 일본에선 이미 여러 차례 로펌 출신이 회장에 당선됐고, 중국도 당선 사례가 있다. 시대가 변했다. 변호사가 2,000~3,000명일 때는 개인 변호사가 회장을 해도 좋다. 그러나 지금은 변호사 2만명 시대가 목전이고 법률시장도 개방되고 있다. 시대에 걸맞은 사람이 변협을 맡아야 한다. 로펌 출신은 좀더 폭넓은 시야를 갖고 있다. 내 나이에 무슨 욕심이 있겠나. 사심없이 봉사, 헌신하겠다.”

_ 변협이 이익단체로만 머물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많은 변호사들이 개인적 차원에서 인원 옹호와 사회 정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협회 차원에서도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변협에서 ‘가정법률고문변호사 제도’를 도입해 소외된 이웃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전국 83개 시군구의 무변촌(無辯村) 문제도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 또한 의료보험제도와 같은 ‘법률보험제도’가 도입되면 변호사들이 자발적으로 법률서비스가 미치지 못하는 지역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약력

▦1944년 충남 당진 출생 ▦서울고, 서울대 법학과 졸업(1967), 미국 예일대 법과대학원 졸업(1976), 예일대 법학박사(1978) ▦1968년 제9회 사시 합격 ▦1973년 대전지법 판사 ▦1975년 변호사 개업 ▦198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회ㆍ연방변호사회 가입 ▦1982년 세종합동법률사무소 개소 ▦1997년 법무법인 세종으로 전환 ▦2007년 환태평양변호사협회 한국위원회 위원장 ▦2009년 변협 연수원장

김영화기자 yaaho@hk.co.kr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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