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원대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승연 회장 등 한화그룹 비자금의혹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1심 재판이 이례적으로 항소심 재판부에 배당됐다.
7일 서울서부지법에 따르면 태광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은 형사합의11부(부장 김현미)에, 한화그룹 사건은 형사2부(부장 배기열)에 각각 배당됐다. 법원 관계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사건의 경우 형량이 높기 때문에 합의부에 배당하는 게 원칙이지만 한화그룹 사건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형사2부는 항소심을 주로 담당한다.
서부지법 측이 ‘피치 못할 사정’이라고 한 것은 최근 한화 측이 선임한 변호인과 법원의 내부 사정을 뜻한다. 한화 측은 지난달 31일 김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김천수 변호사를 추가 선임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2월 부장판사로 퇴임하기 전까지 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 재판장인 김현미 부장판사와 함께 1년 동안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예규에 따르면 사건 피고인의 변호인이 사임하기 1년 전부터 6개월 이상 재판장과 같이 근무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재판장이 재판부 교체를 요구하도록 돼있다.
이런 사정에 더해, 서부지법은 형사합의부가 한 곳밖에 없기 때문에 형사합의11부가 태광 사건을 맡은 이상 다른 재판은 항소심 재판부가 담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법원 측의 설명이다. 법원 관계자는 “항소심 재판부라고 해서 항소심만 맡는 것은 아니다. 사정에 따라 1심 사건을 처리한 예가 많다”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기본적으로 항소ㆍ항고 사건을 담당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전관예우 시비 우려 등이 있을 경우 1심 재판을 맡는 경우가 없지 않다는 말이다. 형사2부 재판장인 배기열 부장판사는 김천수 변호사 퇴임시 서부지법에 부임, 두 사람이 함께 근무한 적은 없다.
향후 한화 사건 항소심은 서울고법이 맡게 된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30일 김 회장 등 한화그룹 전ㆍ현직 임직원 11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31일 이호진(구속) 회장과 이선애 태광산업 전무 등 태광그룹 전ㆍ현직 임직원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남상욱 기자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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