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가 좁은 건 밴쿠버의 영웅들에게 당연한 얘기지만, 특히 이승훈(23ㆍ한국체대)에겐 좁아도 너무 좁았다.
지난해 밴쿠버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만m 금메달리스트 이승훈이 2011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처음으로 동계아시안게임 3관왕에 올랐다. 5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에 출전한 이승훈은 13분09초74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위인 드미트리 바벤코(카자흐스탄)와의 기록 차이는 무려 20초53. 두 바퀴나 남은 상황에서 대회 진행 요원이 실수로 마지막 바퀴를 알리는 종을 울리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이승훈은 흔들림 없이 경기를 마쳤다.
13분09초74는 이승훈이 지난해 1월 일본 오비히로에서 세운 13분21초04의 아시아 기록을 11초 이상 앞당기는 신기록이다. 이부문 세계 기록은 스벤 크라머(네덜란드)의 12분41초69. 이승훈은 밴쿠버올림픽에서 12분58초55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크라머(실격)를 따돌리고 금메달을 땄었다.
5,000m와 매스 스타트(집단 출발)에 이어 1만m 금메달까지 쓸어 담은 이승훈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처음은 물론이고, 역대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최초로 동계아시안게임 3관왕의 쾌거를 올렸다. 종전 기록인 2관왕은 이규혁과 배기태, 최재봉, 히라코 히로키(일본)가 세웠다.
이승훈의 금빛 질주로 금메달 12개째를 쌓은 한국은 역대 동계아시안게임 참가 사상 최다 금메달 기록을 세웠다. 한국은 금메달 12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12개로 대회 폐막일 전날까지 종합 2위를 지켰다. 3위는 금메달 11개의 일본. 이승훈은 6일 단체전인 팀 추월에 출전, 목표로 한 4관왕과 함께 한국의 2위 확정이 걸린 중대한 일전을 치른다.
한편 곽민정(17ㆍ수리고)은 김연아가 빠진 피겨 여자 싱글에서 프리스케이팅 95.30점을 기록, 전날 쇼트프로그램 합계 147.95점으로 동메달을 땄다. 금메달은 일본의 무라카미 가나코(177.04점)가 차지했다.
밴쿠버올림픽에서 13위에 오른 뒤 부상과 부진으로 슬럼프에 빠졌던 곽민정은 당초 5위 이내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서 다시 한번 국제 무대 경쟁력을 확인했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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