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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 연극 '이기동체육관'/ 맨 몸뚱어리들의 꿈 사각의 링에서 펼쳐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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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 연극 '이기동체육관'/ 맨 몸뚱어리들의 꿈 사각의 링에서 펼쳐지다

입력
2011.02.0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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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 연극'이기동체육관'은 훈련으로 단련된 육체, 무대 위의 격한 호흡 등으로 몸이 갖는 의미를 2009년 이래 실증해 왔다. 그 무대가 주역 바통을 영화 배우 김수로에게 넘겼다. 코믹 감초 연기의 대명사 김씨가 진솔한 몸의 언어에 도전한다. 권투 연기를 제대로 하기 위해 4개월 간 훈련을 했다.

관장도, 어릴 적 자신의 우상이었던 관장에게 권투를 배우러 온 청년의 이름도 이기동이라는 설정으로 모종의 필연성을 부여한다. "저랑 이름이 똑같은 선수가 똑같이 눈이 부었는데 맞고만 있진 않은 거에요!" 만사에 의욕을 잃은 이기동 앞에 또 다른 이기동이 나타나 젊은 날의 꿈을 다그치는 것이다.

"권투는 정직한 거야. 똑같은 체중에, 똑같은 기술에, 똑같은 빤스만 입고 한판 뜨는 거야." 권투의 후유증인 펀치드렁큰 증세로 거의 폐인이 되다시피한 관장 이기동의 꿈이 작동을 시작한다. 이 관장과의 의리를 못 잊어 늘 옆을 지키는 코치 마인하는 이기동의 또 다른 내면을 보여준다. 이 무대는 그래서 이기동이라는 한 사내의 좌절된 꿈을, 여러 이기동들이 추슬러 함께 길 떠나는 과정이다.

일견 상투적일 것 같은 무대를 생생히 살리는 것은 실제 훈련을 거친 육체의 질감이다. 가드, 아웃복싱, 잽, 스트레이트, 훅 등 적재적소를 메우는 생생한 권투 용어와 함께 선수 버금가는 동작 덕에 무대는 살아난다.

여성들의 권투 연기는 이 무대의 또 다른 테마다. "권투 하기 싫은 오빠는 억지로 시키고, 하고 싶어 미칠 것 같은 난, 왜 안 돼!" 파락호 신세가 된 아버지에 대해 강렬한 애증의 감정을 갖고 있는 이연희는 배우 강지원, 2009년 미스코리아 미 손예주가 번갈아 맡는다. 복싱을 두고 "복 받은 싱글"로 표현하는 노처녀 정애숙에 문상희, 남한테 지고 못 사는 탁지선에 솔비와 고혜나는 남자 못지않은 뜨거운 무대를 펼친다.

손효원 연출ㆍ각색. 26일까지. (02)548-2597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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