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협상정국이 열리자 무바라크 정권의 가장 중요한 협상대상으로 부상한 것은 공식적으로는 불법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이다.
교사이자 이맘(이슬람 지도자)이었던 하산 알 반나가 1928년 이집트에서 창설한 무슬림형제단은 이집트뿐 아니라 알제리 튀니지 요르단 수단 등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거대 정치단체이다. 52년 식민지배가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 영국에 대해 폭탄테러와 암살을 일삼았고, 54년에는 가말 압둘 나세르 대통령 암살을 시도했으며, 알카에다와 이슬람 지하드 등 테러단체 탄생을 부추긴 과격 이슬람단체였다. 강제해산, 구금, 고문 등 반복된 탄압에도 형제단은 현재 100만 회원을 유지하는 생명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80년대 이후 제도권에 참여하며 반미성향이 누그러들고 온건화했다는 평가다. 형제단은 80~90년대 와프드당, 노동자유당 등과 연합해 의석 수를 늘려왔고 2005년 총선에선 무소속으로 하원 의석의 20%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1979년 반미 이슬람세력이 주도한 이란 혁명 악몽이 재연될까 우려하는 미국은 형제단의 부상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 "형제단은 하나의 분파일 뿐이며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지 않지만 잘 조직화돼 있고 반미 이데올로기 색채를 갖고 있다"고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무슬림형제단의 대화 참여를 알고 있다. 앞으로 전개과정을 지켜볼 것"이라며 냉정한 태도를 유지했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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