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이룩한 종합 5위 신화에는 김연아, 이상화 등 걸출한 여자 선수들의 맹활약이 있었다. 7회째를 맞은 2011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여자 선수들의 약진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상화가 부상 여파로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동메달에 그쳤지만, 대세인 '여걸(女傑)시대'는 흔들림이 없다.
알파인 스키 2관왕에 빛나는 김선주(26ㆍ경기도체육회)를 필두로 크로스 컨트리의 이채원(30ㆍ하이원)과 스피드스케이팅의 노선영(22ㆍ한국체대)까지 그간 국내 무대에서만 이름을 알렸던 '흙 속의 진주'들이 잇따라 흙을 씻어내면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지난 2일 여자 10㎞ 프리스타일에서 '깜짝' 금메달을 거머쥔 이채원은 지난해 3월 결혼한 '아줌마 스키어'다. 이채원은 고교 1학년 때 태극마크를 처음 단 뒤 국내에서는 적수가 없을 만큼 1인자 자리를 놓치지 않았지만 국제대회에서는 지겹도록 높은 벽만 실감해야 했다. 전국 동계체전 최다 금메달 기록(45개)을 보유한 이채원이지만, 2003년 아오모리 대회와 2007년 장춘 대회에서는 10위 밖에 머물렀다.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판 이채원은 마침내 동계아시안게임 사상 한국의 첫 크로스 컨트리 금메달리스트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안았다. 1981년생으로, 우리나이로 서른하나에 일을 낸 것.
노선영은 이상화가 전부인 줄로만 알았던 여자 빙속에 새 희망을 안겼다. 2일 매스 스타트(집단 출발)에서 짜릿한 역전 금메달을 일군 노선영은 남자 쇼트트랙 대표 노진규(19ㆍ경기고)의 누나이기도 하다. 400m 트랙을 25바퀴나 도는 자신과의 싸움인 데다 쇼트트랙처럼 여러 경쟁자들과 뒤섞여 뛰어야 하는 매스 스타트에서 노선영은 숨은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4일 1,500m에서도 은메달을 추가한 노선영은 단숨에 중장거리의 대표 주자로 이름 석자를 각인시켰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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