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회사들의 과열 경쟁으로'제2의 카드대란'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활동인구 1인당 신용카드 보유 수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평균 4.59장으로, 카드대란 직전인 2002년의 4.57장보다 많은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2003년 카드대란 직후 1만7,000명 수준으로 떨어졌던 신용카드 모집인도 지난해 말 5만 명을 넘어섰고, 2009년 18조원 가량이던 신용대출(카드론) 총액은 1년 새 30조원 가까이로 늘었다.
특히 걱정스러운 것은 신용이 낮은 사람들에 대한 카드 발급이 급증하고 있는 점이다. '주의 등급'인 7ㆍ8등급의 지난해 3분기 카드 발급 건수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8%나 치솟았고, '위험 등급'인 9ㆍ10등급도 27%나 늘었다. 8년 전에도 저신용자들에게 길거리 모집 등을 통해 마구잡이로 카드를 발급, 350만 명의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LG카드가 경영난에 빠지는 등 경제에 메가톤급 충격을 주었다.
이처럼 신용카드가 남발되는 것은 국민은행의 KB카드 분사, 산은금융지주의 카드업 진출 등을 앞두고 카드사들이 시장 선점을 위한 덩치 키우기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한 저금리 정책으로 자금운용이 쉽지 않자, 현금서비스 대출을 늘리기 위해 회원 모집 경쟁을 벌이는 측면도 있다.
금융 당국은 사태가 더 악화하기 전에 적절한 대응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금리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부실 위험이 높은 카드론이 늘어나는 것은 경계해야 마땅하다. 길거리 모집과 과도한 사은품 제공 등 불법행위를 일삼는 카드 모집인과 카드사를 철저히 단속하는 한편, 저신용자에 대한 카드 발급기준과 카드론 한도를 더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수수료율 체계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카드 업계의 과당 경쟁은 수수료율이 너무 높아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가맹점이나 소비자에게 떠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 대응이 늦어져 국민 경제에 큰 짐을 지운 8년 전의 어리석음을 반복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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