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반정부 시위 사태 해결의 첫 단추를 꿴 정부-야권간 협상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6일(현지시간) 이집트 정부 측과 야권의 만남은 '포스트 무바라크' 시대를 맞아 권력구조 개편에 대비한 최소한의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양 측이 협상 결과를 두고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는데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 여부, 야권 분열 및 권력투쟁 가능성 등 다양한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완전한 협상 타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일단 합의된 내용은 ▦여야를 망라한 개헌위원회 구성 ▦대통령 연임 제한 규정 신설 ▦언론ㆍ통신 자유 보장 ▦비상 계엄법 폐지 등으로 요약된다. 언뜻 보면 지난 30년간 권위주의 통치 시절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큰 진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얘기가 복잡해진다. 특히 무바라크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둘러싼 대립은 향후 협상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될 공산이 크다.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은 회담 직후 미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난다면 누가 국정을 인계받겠느냐"며 그의 퇴진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반면 협상에 참여했던 무슬림형제단의 지도자 모하메드 무르시는 "무바라크가 즉시 물러나야 한다는 게 우리의 핵심요구이나 술레이만 부통령은 아무런 답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협상에 '초대받지 못한'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CNN에 "독재의 상징인 무바라크가 권력을 내놓지 않는다면 어떤 국민도 협상 결과를 믿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무바라크의 퇴진 여부가 정리되지 않을 경우 협상이 본격화하기도 전에 좌초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개헌위원회 구성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정부와 야권은 내달 첫째주까지 법조인과 정치인 등이 참여해 개헌안을 마련한다는 얼개만 내놨다. 일종의'선언적 합의'다. 위원회 총원을 몇 명으로 할 것인지, 각 정파간 위원 배분 비율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무바라크 이후 권력구조의 틀을 제시할 개헌위가 각 정파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핵심 조직체임을 감안하면 위원회 주도권을 쥐기 위한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협상에 참여한 단체들의 대표성 문제는 여전한 논란 거리다. 이번 이집트 민주화 시위는 특정 그룹이 아닌 시민들의 자발적 주도로 열기를 확산시켰다. 따라서 협상 세력이 무바라크 퇴진을 바라는 시위대 요구를 외면하고 정치적 흥정에 빠지면 민중의 재봉기를 촉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인권운동가 기기 이브라힘은 "협상은 시위대에 대한 모독"이라며 "누가 그들에게 우리의 혁명을 대변할 권리를 주었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일부 단체들은 협상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4월6일 청년운동, 정의와 자유그룹 등 청년 단체들은 이날 '청년의 분노 혁명통일 지도부'를 구성하고 무바라크 퇴진 때까지 타흐리르 광장 점거 농성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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