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에 따른 학생 감소로 교사 1인당 학생수와 학급당 학생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서울 강남과 목동 등 이른바 '교육특구' 지역에는 한 학급에 40명이 넘는 '콩나물 교실'이 수두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부모들은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 목동으로 몰려들지만 정작 이 지역 학교들의 교육 환경은 열악해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일보가 7일 학교정보 공시사이트인 '학교 알리미(www.schoolinfo.go.kr)'를 통해 2010년 서울지역 중학교의 학생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학급당 학생수가 40명이 넘는 학교는 강남구가 13곳으로 가장 많았다. 양천구가 8곳, 서초구가 7곳, 송파구가 3곳이었으며 강동, 강서, 관악, 동작구는 각 1곳씩이었다. 나머지 17개 자치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학급당 학생수는 교육의 질을 논할 때 가장 기초적으로 사용되는 지표로 전국 중학교 평균은 33.8명, 서울지역 평균은 33.9명이다. 일반적으로 35명을 초과하면 과밀학급, 40명을 넘기면 초과밀학급으로 분류된다.
학교별로는 양천구 목동의 일부 중학교들의 학급당 학생수가 45명을 넘어서 과밀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목중 3학년이 46.2명으로 가장 많았고, 신서중(3학년)과 목일중(3학년)이 각각 46명, 영도중(3학년)이 45.8명, 월촌중(3학년)이 45.7명이었다. 이들 학교는 대부분 목동 아파트단지에 있으며 학급당 학생수는 전국 평균보다 10명 이상 많다. 1995년 전국 중학교 평균이 48.2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들 학교의 교육 여건은 16년 전 수준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교사들은 "학급에 30명이 넘으면 사실상 개별 지도는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어, 결국 과밀학급으로 인한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분석이다. 양천구 A중학교의 박모 교사는 "20~30명만 되도 학생들의 다양한 수준에 맞춰 수업하는 것이 어렵다. 학교에서도 특목고 진학률에 신경쓰기 때문에 상위권 학생들을 주로 챙기게 되고, 중하위권 학생은 더욱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목동 B중학교의 한 교사는 "매 학기초에 면담 계획을 세우지만 하루에 한 명씩만 잡아도 한 달을 훌쩍 넘긴다. 때문에 진로 적성과 관련해 심도있는 면담을 하기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아이들이 학원을 찾는 이유 중에 하나가 개별 지도와 학업에 관련된 상담이 가능하기 때문인데 학생수가 많은 강남과 목동의 학교에선 이런 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칫 중하위권 학생들은 상위권 학생들의 내신을 '깔아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조 동훈찬 정책실장은 "공교육이 사교육을 이기려면 학교에서 진일보한 수업이 이뤄져야 하는데 과밀학급에선 쉽지 않다. 통합학군제, 교실 다양화 등을 통해 학교간 격차를 줄여야 일부 지역으로의 쏠림 현상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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