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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매화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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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매화소식

입력
2011.02.0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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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은 잘 보내셨는지요. 명절로 부산한 사이 그저께 입춘이 몰래 지나갔습니다. 이제 봄이 몸에 쌓인 눈과 얼음을 툭툭 털며 일어섰습니다. 입춘은 봄에 드는 것이 아니라 봄이 일어서는 것입니다. 일어섰으니 뚜벅뚜벅 우수, 경칩 제자리를 찾아 걸어갈 것입니다. 시나브로 시나브로 지구도 태양 가까이 걸어갈 것입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이라 쓴 춘방을 문에 붙이며 이제 남은 추위는 꽃샘추위뿐이길 바랬습니다. 올 겨울 추위에 혹독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었겠습니까. 사람도 짐승도 다함께 힘이 들었습니다. 은현리에는 수돗물이 늘 얼어 있었고 청솔당 보일러는 겨울 초입에 이미 터져버렸습니다. 해서 직립의 겨울나무들도 한파에 얼어버린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나무만큼 지혜로운 친구도 없습니다. 나무는 제 몸 속의 물을 모두 말려 겨울을 나기에 얼지 않습니다. 뿌리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생존 가능할 만큼의 물로 목을 축일 뿐입니다. 그건 마치 엄격한 수도사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매화나무가 제일 먼저 겨울을 이기고 꽃을 피우나 봅니다.

먼 남쪽에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 소식에 잊고 있던 통도사 홍매 생각이 났습니다. 홍매를 친견하기 위해 한몸처럼 살아온 내복을 벗어버렸습니다. 몸이 가벼워지니 마음도 덩달아 가벼워집니다. 통도사 홍매 소식은 내일 전해 드리겠습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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