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에 이어 이집트에서도 시민혁명이 성공조짐을 보이자 위기를 느낀 아랍권 국가들이 반정부 시위 확산 분위기를 막기 위해 잇따라 무마책을 내놓고 있다.
5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튀니지에서 23년 독재자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이 민주화 시위로 축출된 뒤 이집트에 시민혁명의 불길이 옮겨 붙었고 이어 예멘, 요르단, 리비아 등 이웃국가에서도 시위가 일고 있다. 아랍권 국가들은 특히 중동의 맹주 역할을 자임해온 이집트에서 민주화 시위가 열흘 넘도록 이어져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이 가시화하고 있는데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아랍에서 최빈국으로 꼽히는 예멘에서는 수도 사나를 중심으로 4일에도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30년째 장기집권해온 살레 대통령은 이미 소득세를 절반으로 낮추고 기초 생활필수품의 가격을 통제한데 이어 2일 의회 연설을 통해 "현재 임기가 끝나는 2013년 이후 임기를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며 성난 민심 추스르기에 나선 상태다.
알제리에서는 압델아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19년 된 국가비상령을 해제하겠다고 밝혔으며 바레인에서는 하마드 빈 이사 알 칼리파 바레인 국왕이 식량가격 급등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식량 보조금과 사회보장비의 증액을 정부에 지시했다.
이집트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은 1일 지지부진한 정치개혁과 실업대책 실패 등으로 비난을 받아온 사미르 리파이 총리 내각을 해산하고 장성 출신인 마루프 비키트 전 총리를 다시 총리로 기용했다. 압둘라 2세 국왕은 3일에는 이례적으로 이슬람 지도자들과 만나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등 국민을 달래려는 제스처를 보였다. 요르단에서는 최근 수 천명이 식료품 값 폭등과 고실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었다. 다만 요르단은 입헌군주제 국가라 1999년 왕위에 오른 압둘라 2세가 대중들의 분노의 대상은 아니다.
모로코에서도 경제 문제와 집권층 부패로 시위가 일기도 했으나 모로코 왕도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어 시위가 정권을 위협할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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