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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선장 상태는/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이 전하는 악몽의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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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선장 상태는/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이 전하는 악몽의 7일

입력
2011.02.05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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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 기분입니다. 가족 얼굴을 다시 못 볼 줄 알았는데… 성원해주신 국민들께 너무 감사 드립니다.”

삼호주얼리호 한국인 선원 7명이 지난 2일 오전 8시50분께 부산 김해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피랍 19일 만에 고향 땅을 밟은 선원들은 덥수룩한 수염에 피곤한 낯빛이었지만, 표정만은 밝았다. 마중 나온 가족들은 선원들이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달려들어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선원들이 전한 증언을 토대로 끔찍했던 피랍 상황과 긴박했던 구출 상황을 재구성했다.

지난달 15일 오후 소말리아 인근 해상. 아랍에미리트에서 스리랑카로 향하던 삼호주얼리호는 평온하게 운항 중이었다. 이날 낮 12시40분께 ‘펑,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붉은 섬광이 배 주변을 감싸는 사이, 선박 중앙부에 사다리가 놓였다. 총과 칼로 무장한 채 재빠르게 배에 오르는 해적들을 처음 본 건 브릿지(선교ㆍ船橋)에서 당직을 서고 있던 1등 항해사 이기용(46)씨. 그는 급히 비상벨을 눌렀고, 이에 놀라 깬 3등 항해사 최진경(25)씨는 이씨가 있는 곳으로 황급히 올라갔다.

‘해적이 배에 탔다’는 말을 들은 최씨는 재빠르게 VHF 상선검색망을 이용, 이 사실을 무선신호로 전송했다. 이어 그는 급박한 목소리로 선내 방송으로 비상 상황을 전했다. 기관장 정만기(58)씨는 기계 점검을 위해 기관실로 가던 중 방송을 듣고 허겁지겁 기관실로 내달렸다. 정씨는 기관실에서 만난 선원 2명과 대피소로 급히 이동했고, 최씨도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정신 없이 대피소로 향했다.

해적들은 배를 장악하기 위해 선원들을 찾아 헤맸다. 그들은 유리창을 깨고 고함을 지르면서 선원들을 압박했다. 선원 21명은 해적들을 피해 대피소에 숨었다. 숨 죽인 채 3시간여가 흘렀을 무렵, 해적들은 대피소 문과 천정에 난 맨홀을 열고 대피소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맨홀 뚜껑을 열고 천정에서 밧줄을 늘어뜨려 결국 대피소마저 점령했다. 대피소는 해적들의 위력을 막아내기에는 너무나 취약했다.

배를 장악한 해적들은 선원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지시를 따르지 않는 선원들에게 고성을 지르며 위협했다. 석 선장이 항해방향을 지그재그로 운항하자 그들은 커다란 유리병 등으로 선장을 수 차례 폭행했다. 또 이동 속도를 늦추기 위해 기관을 일부러 고장 낸 선원들에게도 무자비한 폭행이 가해졌다. 고장 난 기관을 복구하는 데 20시간 넘게 걸리자 마음이 급해진 해적들은 선내 주방에서 중국식 칼을 들고나와 기관장 정씨를 위협했다.

계속될 것만 같던 절망이 조금씩 희망으로 바뀐 건 21일 오전 5시께 우리 해군의 ‘아덴만의 여명’ 작전이 시작되면서였다. 20여분 간 최영함에서 발사된 총탄이 주얼리호를 강타하면서 거의 모든 유리창이 깨졌다. 이어 청해부대 특수전여단(UDT) 요원들이 주얼리호 갑판에 오르자 해적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저항하던 해적들은 요원들의 총에 하나 둘 쓰러졌고, 마호메드 아라이(23) 등 5명은 생포됐다. 선원들은 요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안전지대로 이동했다. 7일간의 긴 악몽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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