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은 주로 양팔을 벌리거나 발을 위아래로 구르는 자유로운 춤을 춰요. 춤을 출 때는 노동에서 자유로워지는 거의 유일한 시간인데, 하늘로 날아오르듯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을 팔 동작을 많이 써서 표현하는 것 같아요.”
‘빡빡머리’ 현대무용가 안은미(49)씨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평범한 할머니들의 춤 동작을 모아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공연을 한다. 그는 격동의 20세기를 살아온 할머니들의 춤사위를 기록하는 ‘춤추는 할머니(Dancing Grandma)’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안씨는 지난해 10월부터 4명의 무용수들과 카메라 3대를 들고 충청도 전라도 강원도 경상도 등지를 돌며 할머니들의 춤동작을 기록해왔다.
그가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노인정에 찾아간 무용수들이 함께 춤을 추자고 하면 처음에는 “물건 안 사”라며 내치던 할머니들이 “이게 웬 떡이야. 뭔 날이냐? 다음에 또 와”라고 흥겹게 웃는 모습이 그는 좋았다. 일명 관광버스춤을 추는 할머니도 만면에 아이 같은 미소가 돌았다.
결국 공연까지 함께 하게 된 할머니들은 60~95세의 고령이다. 하지만 그들은 선입견보다 훨씬 젊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품고 있다는 게 안씨는 전언이다. 안씨는 “할머니들은 우리 생각보다 늙지 않았다”며 “고령화 시대가 화두인데 지금은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몸짓을 기록하는 작업이 후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게 안씨의 주장이다. 그는 “일반인의 역사를 기록하면 후대가 또 다른 관점으로 우리 시대를 기억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공연에는 전문 무용수가 추는 할머니 춤 외에 할머니들이 직접 추는 춤, 무용수와 할머니들이 어울려서 추는 춤도 나온다. 할머니들이 춤추는 모습을 모은 동영상도 공연에서 공개한다.
18~20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02)708_5001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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