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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진묘 죽간 역주' 발간/ 진시황 시대 백성들 1년에 소 3번 정기검사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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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진묘 죽간 역주' 발간/ 진시황 시대 백성들 1년에 소 3번 정기검사 받았다

입력
2011.02.05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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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초의 황제인 진시황 시절에는 농경용 소를 어떻게 관리했을까. 당시의 법률에 따르면 소는 1년에 세 번씩 정기검사, 1년마다 대심사를 해서 소의 허리둘레가 줄어들면 줄어든 치수 1촌(寸)마다 그 책임자에게 매를 10대씩 때렸다. 성적이 우수한 자에게는 술 한 병과 말린 고기 10가닥을 상으로 내렸다. 또 봄에는 산림에 들어가 나무를 베지 못하게 했다. 여름철이 되기 전에는 풀을 태워 재를 만드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 같은 내용은 '수호지진간(睡虎地秦簡)'이라 불리는 죽간에 기록돼 있다.

1975년 12월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운몽현(雲夢縣) 수호지(睡虎地)에서 전국시대부터 진나라에 이르는 시기의 무덤 12기가 발굴됐다. 무덤 가운데 11호 묘에서는 보존 상태가 양호한 죽간 1,155매가 발견됐다. 문화혁명기에 진시황을 마오쩌둥의 대선배격으로 칭송했던 중국 당국은 저명한 학자들로 팀을 꾸려 죽간에 적힌 내용과 출토 위치 등을 고려해 죽간을 분류하고, 문서 내용을 판독해 1978년 '수호지 진묘 죽간'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 죽간에는 2,000여년 전 중국 고대 사회의 실상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수호지 진묘 죽간을 상세히 소개한 <수호지 진묘 죽간 역주> 가 최근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번역 출간됐다. 역주는 경북대 사학과 윤재석 교수가 했다.

이 죽간은 진율18종(秦律十八種), 효율(效律), 진율잡초(秦律雜抄), 법률문답(法律問答),봉진식(封診式), 편년기(編年記), 어서(語書), 위리지도(爲吏之道), 갑종(甲種), 을종(乙種), 일서(日書) 의 10가지로 분류됐다.

죽간은 대부분 진시황 시대에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백성을 어떤 법률에 따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스렸는지를 생생히 보여주는 각종 법률집과 포고문, 관청의 장부, 관리의 근무태도 기록 등이다.

수호지진간은 사마천의 <사기> 외에는 별다른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은 진시황 시대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특히 그 법률자료는 중국 고대 법제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법체계 형성 과정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법률문답 죽간이 나온 무덤은 하급 법관이던 '희(喜)'라는 사람이 묻힌 곳으로 드러났다. 죽간에는 그의 행적이 곳곳에 나타나 있는데, 그는 기원전 262년에 태어나 각종 사법 관련 직책에 종사하다가 기원전 217년(진시황 30년)에 46세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명출판 발행ㆍ 547쪽ㆍ 3만7,000원.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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