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TV로 생중계된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 좌담회는 일방적 메시지 전달 형식이라는 인상을 피하기 위해 꽤 애쓴 흔적이 보였다. 외교ㆍ안보와 경제에 중점을 두고 진행하겠다는 예고와 달리 레임덕과 인사, 개헌 문제 등 일반 정치분야에도 상당한 시간이 할애됐고, 예상하지 못했거나 나름대로 '까칠한' 질문도 나왔다. 트위터를 통해 일반 국민의 질문을 받은 것도 대본에 따른 일방적 홍보 이벤트가 아님을 보여주려는 장치였을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측이 처음부터 끝까지 틀을 잡고 멍석을 깔아 놓은 뒤에 방송사가 카메라만 들고 들어간 좌담회의 한계는 분명했다. 다양한 질문이 나왔지만 전반적으로 긴장도가 떨어졌다. 조금 더 묻고 구체적 답변이 나왔으면 하는 주제가 헐렁하게 넘어가 국민의 가려움증을 해소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우리사회 최대 논란거리 중의 하나인 4대강 문제는 한마디도 거론되지 않았다. 이런 좌담회라면 굳이 방송 3사와 뉴스채널을 동원해 생중계할 이유가 있을까 싶다. 어느 한 방송사의 토크쇼 정도로 마련했으면 전파 낭비를 막고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비난도 피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좌담회 곳곳에서 드러난 이 대통령의 독단적 인식이다. 개헌 문제만 해도 그렇다. 시대에 맞게 헌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말은 맞지만 임기 4년 차에 개헌을 추진하는 것은 정략적 접근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고 국민의 호응도 저조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늦지 않고 적절하다"고 당위성을 고집한 것은 국민여론이나 정치권의 의견에 개의치 않겠다는 자세다.
개각 때마다 잘못된 인선으로 홍역을 치르고 청문회 낙마자가 많았다는 지적에 인사 잘못을 시인하기보다 청문회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한 것이나 국가적 재난 상황이 된 구제역 사태에 진솔한 사과보다는 축산인들의 도덕적 해이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언급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예산안 강행처리에 대한 유감표명 문제가 국회 정상화의 쟁점인데도 이 대통령은 "국회법을 고쳐 예산 심의기간을 늘려 법정처리 시한을 지켜야 한다"는 말로 비켜 갔다.
결국 좌담회는 주요 현안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인식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만 확인한 꼴이 됐다. 다만 머지 않아 여야 영수회담을 할 의사를 내비치고, 정식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 운영에 대한 질문에 답할 뜻을 밝힌 것은 긍정적이다. 지금 이 대통령에게는 일반국민과 정치권과의 진솔한 소통의 기회를 늘리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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