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일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레임덕, 인사 파동 등에 관해 비교적 솔직하게 심정을 드러냈다. 또 "각본 좌담회가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탓인지 대담자들의 '까칠한'질문들이 제법 많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좌담회 말미에 "대통령이 왜 기자회견을 갖지 않느냐는 여론이 있다"는 대담자의 질문에 "설 지나서 한번 할까 한다"고 답변했다. 이 대통령은 올해 들어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회자되는 데 대해 "레임덕은 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럽다"면서도 "아직도 2년 남았다,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잦았던 장관급 인사 파문의 배경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이 대통령은 "청문회를 통과할 사람을 찾는 게 만만치 않고 내가 부탁을 하면 도리어 사양을 한다"고 토로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에 대한 섭섭함도 그대로 밝혔다. 한나라당의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사퇴 요구와 관련 "당이 사전에 협의하지 않고 발표해 혼선이 왔고, 당도 이를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웃으면서 "지난 10년 간 한나라당이 야당을 해서 착각했었는지 모르지요"라고 말했다.
이날 좌담회는 정관용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 한수진 SBS앵커 등 대담자들의 까다로운 질문으로 눈길을 모았다. 정 교수는 좌담회가 시작하자마자 레임덕 문제를 거론한 뒤 임기 3년이 다 된 시점에 개헌 카드를 꺼낸 의도 등을 지적하면서 "야당에게 예산 강행처리라는 뺨을 세게 때리고 개헌 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지 않느냐"고 물었다.
대담자들은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론인 'CEO 리더십' '효율성만 중시하는 국정운영' '회전문 인사' '오기 인사' 등을 거론하면서 공격적으로 질문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비교적 두루뭉술하게 답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대신 방송좌담회를 기획한 데 대해 비판 여론이 일자 대담자들의 재량을 폭넓게 인정하겠다고 밝혀왔다.
이에 따라 정 교수 등은 보충 질문을 던지며 구체적 답변을 이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과학벨트 충청 유치가 대선 공약집에 없다"는 실언을 하게 됐다. 정 교수는 좌담 후 "분야별 질문 시간 배정 등 대체적 얼개는 미리 결정됐지만 오늘 아침까지도 무슨 질문을 할지는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며 '각본 없는 좌담회'였음을 강조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