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반정부 시위 8일째인 1일(현지시간) 25만명 이상이 참여한 최대 규모 시위가 수도 카이로에서 열렸다.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은 야권에 정치개혁 협상을 제안했지만 야권이 이를 거부, 무바라크 퇴진 압박을 늦추지 않았다.
술레이만 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영TV에 나와 야권과 헌법 및 입법 개혁을 위한 대화를 즉시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그러나 이집트 야권 단체와 활동가 위원회는 1일 발표한 성명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는 한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도 미국 관리 2명을 인용, "미국은 무바라크 대통령이 9월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고 보도, 미국의 뜻이 무바라크의 퇴진에 있음을 전했다.
반정부 시위대가 '100만인 행진'의 날로 정한 이날 오전부터 카이로 중심부 타흐리르(자유)광장으로 인파가 몰려들었다. 영국 BBC방송은 25만명 이상이 광장에 모여 무바라크 퇴진을 외쳤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동부 수에즈 등에서는 총파업도 시작됐다. 이집트 정부는 무선전화와 인터넷 서비스를 차단했고, 카이로로 통하는 주요 도로를 통제하고 철도운행을 중단해 시위 확산을 막았다.
이번 사태 해결의 키를 쥔 것으로 평가 받는 이집트 군부는 지난달 31일 시위대에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군부는 국영 메나통신을 통해 "이집트 국민들의 요구는 합법적(legitimate)이다. 이집트 군은 지금까지 국민들에 대해 무력을 사용해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무력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외신들은 이집트 군부의 무력 사용 금지 방침 이후 군중이 더 많이 몰려들었다고 전했다.
앞서 무바라크 대통령은 시위 초기 강경 진압을 주도한 하비브 알아들리 내무장관을 경질하는 등 개각을 단행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이날 이집트의 국가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한 등급 하향조정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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