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반정부 시위의 불길로 지난 60여 년 동안의 현대 중동 역사 가운데 가장 중대한 네 번째 국면이 열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1952년 가말 압델 나세르가 무혈 쿠데타에 성공해 이집트 정권을 잡은 사건을 제1국면으로, 1967년 아랍권에 막대한 손실을 안겨준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6일 전쟁(제3차 중동전쟁)을 제2국면으로, 1979년 이란에서 벌어진 이슬람혁명을 제3국면으로 규정했다. 신문은 이번 이집트 사태를 '제4국면'으로 칭하며 앞서의 대형 사건과 견줄만한 "아랍사의 중대한 획을 긋는 이벤트"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WSJ은 중동 현대사 60년 가운데 이 제4국면에 특별히 무게가 실리는 이유에 대해 이른바 중동민족주의(Arab Nationalism)와 이슬람원리주의를 대신할 새로운 아랍권의 결집력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신문은 "이집트 사태는 이집트가 중동민족주의의 발상지라는 점에서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보다 커다란 의미를 가질 수 있다"며 이집트를 중심으로 한 중동민족주의의 변화 가능성에 주목했다.
WSJ은 "나세르의 쿠데타가 군부의 힘을 막강하게 함과 동시에 중동민족주의를 굳건히 다졌지만 이후 중동전쟁의 패배는 이러한 중동민족주의의 쇠퇴를 촉발했다"며 "1979년 이란혁명에서 아랍인들은 중동민족주의의 대안으로 이슬람원리주의를 지켜봤으며 이후 무바라크의 30년 독재를 무너뜨릴 수 있는 이번 사태는 세속적 민주주의 확산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집트 사태, 즉 중동 현대사의 제4국면이 아랍권을 결속시켜온 중동민족주의와 이슬람원리주의를 대신할 세속적 민주주의의 힘을 증명할 것이란 해석이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이후 이집트 대선을 통해 정권을 평화적으로 후계 지도자에 이양할 경우, 이러한 세속적 민주주의의 힘은 자연스럽게 중동 전체로 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중동의 반 서방 정서로 힘들어하는 미국에도 이득이 적지 않다. WSJ은 "이후 대선에서 무바라크의 후계 정치인에게 민주적으로 정권이 넘어간다면 이집트 사태는 미국이 손해 볼 일이 없는 매우 긍정적 이벤트로 기억될 것이다"며 "만약 그렇지 못하면 사태가 종결되는 데 막대한 시간이 소요되는 비관적 상황이 닥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어 이집트 사태가 과연 중동 현대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지 여부는 전적으로 무바라크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상호작용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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