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서커스' '맘마미아' 등 수입ㆍ라이선스 공연이 재탕 삼탕되면서 폐해가 심각하다. 공연기획사들의 수입 경쟁으로 로열티는 치솟지만 불리한 계약으로 공연노하우는 전혀 전수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에서 검증된 작품에 대한 관객의 수요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국내 창작에는 거의 무관심한 공연기획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당연지사.
2007, 2008년에 이어 4월 세 번째로 들어오는 '태양의 서커스'는 대표적 직수입 공연이다. '퀴담' '알레그리아' '바레카이' 등으로 제목 뒤에 붙는 이름을 바꿨지만 서커스 위주의 일회성 쇼라는 점은 변함이 없어 국내에서 노하우를 전수받을 여지가 없다. 공연기획사는 작품 수입으로 차익을 올리지만 국내 창작극은 그만큼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태양의 서커스'는 매번 두 달 정도 공연을 했는데 그때마다 17만명 내외의 관람객을 끌어들여 '공연계의 블랙홀' 소리를 듣는다.
수입 기획사인 마스트미디어에 따르면 2007, 2008년 '태양의 서커스 퀴담' 제작비는 150억원인 데 비해 매출액은 200억원 내외에 달해 순이익이 50억원 내외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이 공연은 순이익의 25%가량을 로열티로 지불했는데 계산해 보면 12억원 이상"이라며 "국내 배우가 전혀 참여하지 않을 뿐 아니라 변형이 불가능한 직수입 공연이어서 국내 공연계에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에 들어오는 '태양의 서커스'는 오리지널 공연이 아니어서 공연의 질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국내 공연은 모두 미국(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호텔 등) 마카오(베네시안호텔) 일본(도쿄 디즈니랜드) 등에서 하는 상설공연이 아닌 9개의 투어쇼 가운데 하나다. 투어공연은 배우와 내용이 달라 상설공연에 비해 질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티켓 가격은 최고 22만원으로 매우 비싼 편이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대만에서 열린 '태양의 서커스 바레카이' 공연에서는 배우가 줄을 여러 차례 놓치고 공연 도구를 떨어뜨리는가 하면 주연급 곡예사의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하이라이트 장면이 취소됐다. 대만 공연을 본 한 관람객은 "줄거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아 내용을 잘 이해하기 힘들었다"며 "곡예사도 실수를 연발해 명성을 믿고 봤다 실망만 했다"고 말했다.
막대한 로열티만 지급하면서 공연 노하우는 전혀 전수받지 못하는 것은 라이선스 공연도 마찬가지. 2004년 이후 7년째 수입되고 있는 '맘마미아'의 경우 세 달 공연에 제작비 100억여원이 투입된다. 티켓 평균가격 12만원에 20만여명의 관람객을 곱하면 매출액은 240억여원으로 추산된다. 이 회사는 매출액 기준으로 로열티를 주기로 계약했다. 최소 10%로 계산해도 24억원 내외의 로열티를 지급한 셈이다. 그렇지만 기획사는 원작사가 극본 무대 의상 등을 일일이 제한하는 데 이의제기 없이 그대로 따랐다.
'맘마미아'를 들여온 신시컴퍼니가 지난해 제작한 국내 창작 공연은 제작비가 뮤지컬보다 훨씬 낮은 3억원 내외의 연극 '엄마를 부탁해' 단 한 개에 그쳤다. 반면 신시컴퍼니는 '맘마미아' 외에도 '시카고' '아이다' 등의 라이선스 공연 수입에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 웨스트엔드는 1920, 30년대 미국 작품인 뮤지컬 '캣츠'를 수입한 뒤 변형해 이를 브로드웨이에 되팔았다.
관객들도 수입ㆍ라이선스 공연의 재탕 삼탕에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이 때문인지 99년 이후 10년 넘게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수입했던 설앤컴퍼니는 지난해 흥행에 참패하자 올해는 창작 뮤지컬 '천국의 눈물'제작으로 선회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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