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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최재우와 함께한 좌충우돌 모굴스키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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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최재우와 함께한 좌충우돌 모굴스키 체험기

입력
2011.02.0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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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설원에서 스키를 신은 아이들이 춤을 추면서 내려온다. 울퉁불퉁 솟은 둔덕들로 이뤄진 난코스지만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음기를 머금고 신나게 활강한다. 키가 1m 남짓한 아이들도 자신들만큼 큰 둔덕들을 부드럽게 타고 내려오는 모습에 '이쯤이야. 할 수 있겠지'라고 마음 먹은 게 실수였다.

기자는 '설원의 앙팡 테리블(enfant terrible)' 대표 주자인 모굴스키 국가대표 최재우(17)를 어렵게 '1일 레슨 선생님'으로 초빙했다. 2011 아스타마-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 참가중인 최재우와 함께 지난달 26일 경기 이천 지산포레스트리조트에서 체험한 '좌충우돌 모굴스키 일기'를 소개한다.

설원에서의 댄스 준비는 스트레칭부터

스노보드를 조금 탄다는 자신감에 모굴스키도 국가대표에게 원포인트 레슨만 받는다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여기에다 15세 때 프리스타일스키 최연소 태극마크를 단 후 이번 아시안게임에도 싱글과 듀얼(3일) 두 종목에 출전하는 최재우(31일 싱글 부문에선 4위)가 레슨을 해준다니 그야말로 마음이 든든했다.

스키장에 도착해 리프트를 타고 모굴스키 코스로 올라갔다. 경사(24~32도)가 가파르고 위험한 종목인 만큼 10분 정도의 충분한 스트레칭은 필수였다. 스트레칭의 핵심은 '정적인 동작'이 아닌 '동적인 동작'. 목부터 왼쪽, 오른쪽으로 가만히 멈춰서 근육을 풀어주기 보다는 왼쪽 오른쪽으로 크게 돌리는 동작을 반복하는 게 특징이다. 다음으로 어깨와 허리 등도 '새천년건강체조'보다는 크게 크게 돌려 풀어줬다. 앉은 자세에서 양쪽 허벅지도 충분히 풀어줘야만 모굴스키 실전을 위한 예열이 끝난다. 스트레칭을 마치면 안전장비인 헬멧과 팔꿈치, 무릎 보호대 등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둔덕 정복 열쇠는 '굽혔다 폈다' 동작

모굴스키 레슨에 앞서 최재우는 "TV를 보면 아마 선수들이 일직선으로 내려온다고 생각할 텐데요. 그건 큰 착각이에요"라며 "모굴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회전을 해야 하는 데요. 무릎을 '굽혔다 폈다'하는 동작이 가장 중요해요"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당장 그 동작부터 배워야 했다.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볼 때 자세처럼 자세를 낮춰야 해요"라고 설명했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스키를 신은 상태라 자세를 낮추다 보니 뒤로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찧기 일쑤였다. 마치 기합을 받는 자세에 무릎까지 비스듬히 굽혀야 하는 바람에 기본 동작을 익히는 데만 30분 이상이 걸렸다.

스키를 일직선으로 놓고 스키 사이의 폭을 최대한 좁게 해야만 촘촘히 놓인 둔덕들을 재빠르게 지나갈 수 있다. 그런데 경사가 있는 곳에서 스키를 일직선으로 하고 있으니 폴로 짚고 있어도 몸이 앞으로 나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최재우는 "둔덕을 흡수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무릎을 굽히지 않은 상태에서 둔덕을 타면 공중으로 튀어 오르게 되요. 그래서 스키가 둔덕 위로 올라가면 발목과 무릎을 구부려 충격을 흡수해야 해요. 둔덕 사이에 있는 우묵한 곳에 내려오면 다시 무릎을 폈다 반대 방향으로 구부려 다음 둔덕을 넘을 준비 자세를 취해야 해요"라고 원리를 설명했다.

스피드의 생명은 상체와 폴 활용한 밸런스 유지

익숙하지 않은 자세에서 활강했지만 둔덕 하나를 넘고 나서 그대로 벌렁 쓰러지고 말았다. 일어서서 또 다시 시도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허리와 엉덩이가 쑤셔왔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첫 연습부터 너무 경사가 가파른 곳에서 시작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코스 가장 아래쪽으로 내려와 둔덕과 친해지는 훈련을 계속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초보자는 반드시 완만한 경사에서 훈련을 한 뒤 코스에 진입해야 한다는 것. "스키를 탈 줄 안다고 둔덕을 얕보면 큰 코 다칠 수 있어요"라는 최재우의 충고를 입문자들은 반드시 가슴에 새겨야 한다. 기본적으로 스키 최상급 코스(6개월 정도 소요)를 탈 수 있는 사람들만 모굴스키에 도전하는 것을 추천한다.

자세가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면 다음에는 스피드를 염두에 둬야 한다. 여기서 상체와 폴을 활용한 밸런스 유지가 중요하다. 상체를 항상 꼿꼿이 세워야만 둔덕을 넘을 때 몸이 한쪽 방향으로 쏠리지 않고 원만하게 회전할 수 있다. 또 폴로 둔덕을 살짝 치면서 나가는 동작은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줘 스피드에 가속도가 붙게 만들 수 있다. 폴로 둔덕을 살짝 찍고 간다는 느낌으로 지나가는 게 밸런스 유지의 관건.

'우당탕탕' 넘어지는 고된 동작을 반복한 끝에 드디어 둔덕 3개를 넘었을 때의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왜 위험천만한 모굴스키에 젊은이들이 열광하는지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고 느끼는 찰나, 또다시 맥없이 눈속에 쳐 박혀야 했다.

이천=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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