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 눈] 해경의 튀는 해적수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 눈] 해경의 튀는 해적수사

입력
2011.02.01 11:09
0 0

“수사 혼선을 막고, 해적에 감금돼 있는 금미호 선원의 안전을 고려해 해적수사는 기소 전까지 최대한 공개를 자제합니다.”

국내에서 처음 해적 수사를 지휘하는 정점식 부산지검 2차장 검사는 지난달 31일 수사 상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양해를 구했다. 관심이 큰 사건인지라 기자 입장에선 달가운 대답은 아니었지만, 생사 기로에 놓인 우리 선원들을 생각하면 전혀 이해 못할 바도 아니었다.

하지만 정작 수사를 하고 있는 해경은 전혀 다른 행보를 취하고 있다. 해경은 수감 첫날부터 해적의 일거수 일투족을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 해경은“해적들이 ‘한국 음식이 너무 맛있다. 숙면을 취했다. 한국이 좋다’고 말했다”며 이들의 수사 태도 및 수감 생활을 자세히 알렸다.

이에 따라 일부 신문과 인터넷 매체는 ‘해적들이 귀화 의사를 밝혔다’, ‘한국에 감동 받은 소말리아 해적’ 등 해경의 자상한(?) 수사방식을 간접적으로 알리는 기사를 잇달아 보도했다.

수사 중 밝혀낸 중요 사안과 향후 일정 등은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공개할 수 있다. 그러나 해적의 식사 취향을 비롯해 잠자리, 기분 등을 공식ㆍ비공식적으로 유출하는 것은 자신의 치적을 자랑하고픈 욕심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남해해경은 해적 압송 과정에서도 해적들의 얼굴을 공개하는 과감함을 보였다. 이는 지난달 30일 해적들이 김해공항 공군기지에 도착하기 전 검찰이 ‘가능한 해적들의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 것과 배치된 조치다.

해경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일각에서 ‘이길범 전 청장 등 함바집 로비로 추락된 경찰 위상을 만회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튀는 행동으로 추락한 신뢰와 위신을 세우려 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강성명 정책사회부 기자 sm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