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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보증 1호' 역곡주유소 조원근 실장/ "가짜기름 판매상 처벌 솜방망이 아닌 철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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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보증 1호' 역곡주유소 조원근 실장/ "가짜기름 판매상 처벌 솜방망이 아닌 철퇴를"

입력
2011.02.0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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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정부는 '주유소의 복수 폴 사인(상표 표시)제'를 시행했다. 한 주유소에서 여러 정유사의 기름을 쓸 수 있게 하면 경쟁을 통해서 기름값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한 것. 주유소업계도 "정유사를 상대로 한 협상력이 좋아질 것"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현재 복수 폴 주유소는 전국에 손을 꼽을 정도. 정유사가 기름을 제 때 공급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영업을 방해하자 대부분의 주유소가 복수 폴을 포기했다. 처음엔 강하게 밀어붙일 것 같던 정부도 정유사 반대에 슬그머니 물러섰다.

그러나 경기 부천시의 역곡주유소는 이러한 횡포에 굴하지 않았다. 국내 모 정유사의 폴을 달고 영업하던 이 주유소는 2001년 복수 폴 주유소 등록을 위해 2억원을 투자, 기름 저장 탱크 용량을 2배로 키우고 주유구 수도 10개로 늘렸다. 조원근 실장은 "정유사에서는 기름을 끊겠다고 협박했다"며 "아버지(대표)와 상의 끝에 폴을 아예 떼고, 자체 브랜드로 승부키로 했다"고 말했다.

물론 적잖은 난관이 있었다. 도매상을 통해 기름을 받아야 하는 데 이 일이 여의치 않았다. 그는 "소비자에게서 인정받으려면 결국 양질의 기름을 좋은 값에 파는 수밖에 없었다"며 "발품을 팔며 믿을 만한 공급처를 찾아 다녔다"고 말했다. 조 실장의 이러한 노력에 역곡주유소는 주변보다 리터 당 50~100원 정도 저렴한 가격에 정품 휘발유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저장 용량이 큰 것도 도움이 됐다. '가짜 기름을 파는 것 아니냐"는 주위의 시선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 번 써 본 소비자는 다시 찾는 단골이 됐다.

역곡주유소는 지난달 19일 지식경제부와 한국석유관리원으로부터 '석유품질보증프로그램 1호 주유소'에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정부는 일반 주유소와 같은 제품을 더 싸게 공급하는 자가 폴 주유소의 품질을 보증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최소 3년 동안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을 위반하지 않은 주유소 중 청결도, 직원 친절도, 운영 능력 등을 따져 뽑는다. 선정된 후에도 주유소는 매달 품질 검사를 받아야만 한다.

조 실장은 최근 기름 값 논란과 관련, "정부가 기름 값 유통 구조를 뜯어보겠다고 했지만 현장 유통 질서를 바로 잡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짜 제품 쓰다 적발돼도 한국석유공사 홈페이지에 몇 달 이름 올라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에 과태료 내고 나면 사업자 이름만 슬쩍 바꿔 같은 자리에서 다시 대형 정유사 이름 달고 버젓이 영업하는 주유소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조직적으로 가짜 제품을 파는 주유소들이 늘고 있어 소규모 주유소는 가짜를 쓰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며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라 가짜를 팔면 아예 장사를 못하게 하는 등 정부, 대형 정유사, 지자체가 불법 유통 구조를 뿌리뽑겠다는 데에 진정성을 가져야만 소비자 피해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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