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 리움미술관에는 국보 제 213호로 지정된 고려금동대탑이 소장되어 있다. 이 금동대탑은 고 삼성 이병철 회장때부터 호암미술관에 소장되어 오다가 호암미술관이 리움미술관으로 명칭이 바뀌면서 리움미술관에 소장되게 되었다.
이 금동대탑은 일제강점기인 1934년 중창된 충남 논산에 위치하고 있는 개태사(開泰寺)부지에서 1960년대 초 출토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동으로 만들어 도금된 탑으로 현재 5층을 보이고 있다. 원래는 7층탑으로 추정되며 전체 높이 155cm로 비교적 규모가 큰 편이다.
이 탑이 출토되었다고 알려진 개태사는 고려 태조 왕건과 깊은 인연이 있는 사찰로 알려져 있다. 왕건이 후백제를 평정하고 부처님의 힘을 빌어 만백성을 위해 세운 고려의 국찰이 개태사기 때문이다. 고려와 조선을 거쳐 오면서 일제강점기인 1934년 중창되어 법등이 오늘에 이어져 오고 있다. 이 사찰에는 현재 보물 제 219호로 지정된 석조삼존석불입상(石造三尊石佛立像)이 있어 사찰의 품격을 대해주고 있다.
그런데 광복 후 1960년대 들어와 우연히 사찰경내에서 출토되었다는 이 금동대탑을 어떻게 해서 호암미술관에서 소장하게 되었는지는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호암미술관에서 구입한 것은 분명하며 그 후 1984년 국보로 지정되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이 탑은 규모면에서뿐 아니라 고려 왕건과의 관계에 따른 창건관계, 탑의 제작을 통해 고려 초기의 금속공예 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탑이기도 하다.
이런 내력 때문에 지금의 개태사에서 지난 2009년 6월 삼성문화재단을 상대로 동산인도 청구소송을 내게 되었던 것이다. 2년여의 지루한 소송 끝에 결국 2011년 새해벽두 원고패소 판결을 내리고 최종적으로 이 탑은 삼성문화재단 소유로 종결되었다.
불교 관련 문화재를 보관 또는 소유하고 있는 개인이나 단체에 대해 원 소유주라고 주장하는 사찰과의 소송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현행법상 문화유산도 매매가 허용되고 있기 때문에 정당한 적법 절차를 밟아 구입 소유하는 것은 문제될 성질이 아니다. 문화재보호법은 매장문화재의 소유는 국가소유가 원칙이기 때문에 발굴조사를 통해 출토된 유물은 자연 국가귀속이 된다.
하지만 문화재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 법에 따라 신고하면 그에 따른 보상을 국가로부터 받게 된다. 그러나 범법으로 취득한 문화재를 구입하게 되면 법의 적용을 받아 원 소유주에게 돌려주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오랜 과거에 출토되었거나 이것이 전세되어 온 경우에는 아무리 과거 사찰 소유의 문화재였다고 해도 현재 소유하고 있는 사람의 소유권을 인정해야 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리움미술관 소장 금동대탑의 경우가 아닌가 한다.
공사립 박물관이나 개인박물관 등에 전시되어 있는, 무덤에서 출토된 지석(誌石)의 경우 주인공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그 후손이 이를 반환받기 위해 동산인도 청구소송을 했을 경우,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되지만 반드시 돌려주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경우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관련법이 마련되어 분쟁의 소지를 사전에 없애야 할 것이다.
경기문화재연구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