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반독재 민주화 시위세력은 일단 모하메드 엘바라데이(68) 전 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과의 협상대표로 내세웠다. 외교관과 국제기구 수장을 역임하면서 노벨평화상까지 수상, 주로 해외에서 명망을 얻은 엘바라데이의 상징성과 국제적 인지도를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엘바라데이는 바로 자신의 경력 때문에 국내의 신뢰도와 지지기반은 취약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프랑스의 한 이집트 전문가는 “엘바라데이는 자신의 지지기반을 갖고 있지 않은데 이는 그의 강점인 동시에 약점의 원천이기도 하다”며 “엘바라데이에게는 구속력 있는 의무가 없다는 점이 힘인 동시에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집트 시위 정국이 향후 극한 충돌로 치달을지, 아니면 협상국면으로 전환할지 아직 예단하기 어려우나 어떤 경우든 엘바라데이는 얼굴 마담에 그쳐 단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단, 엘바라데이가 9월 대선까지의 과도 기간에 야권의 단합을 관리하는 데 능력을 발휘한다면 차기 정부의 대통령이 될 가능성을 현단계에서 배제할 수는 없다.
해외파인 엘바라데이는 일찌감치 인터넷으로 눈을 돌려 페이스북을 통해 반정부 시위를 조직했던 이집트의 온라인 단체 ‘4.6 청년 운동’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다. 또 기존 정당에 합류하기 보다는 자신의 운동조직인 ‘변화를 위한 국민연대’를 창설한 뒤 가장 강력한 배타적 기반을 가진 무슬림형제단에 접근하기도 했다. 그의 통합 능력은 이제 막 시험대에 올랐다.
김이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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