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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 고속도로 순찰대 동행 취재/ 갓길 차량들 사이렌 울려도 요지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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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 고속도로 순찰대 동행 취재/ 갓길 차량들 사이렌 울려도 요지부동

입력
2011.02.01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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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00㎞의 트럭이 지나치자 순찰차가 좌우로 요동쳤다. 속도의 공포 사이 조심스레 차문을 열고 갓길 단속에 나선 김종일(45) 경사의 표정은 자못 엄숙했다. "도로교통법 64조 고속도로 갓길주정차 규정을 위반하셨습니다."

영동고속도로 서울방향 신갈분기점 부근, 김 경사가 개인용휴대단말기(PDA)에 운전자의 차량번호를 입력하는 동안에도 질주하는 차량들이 뿜어내는 찬 바람이 그의 등을 할퀴었다. 바람에 빨려가는 모자를 가까스로 잡아 챈 그가 자세를 곧추세우고 한마디 던진다. "갓길 주정차는 생명을 내 놓는 행위입니다."

설 연휴 귀성길이 막 시작된 지난 1일 오후 7시부터 19시간 동안 고속도로 순찰대 1지구대와 더불어 아슬아슬한 도로 순찰현장에 나섰다.

저녁 8시 경부고속도로 안성방향 갓길. 도로의 차량 속도는 시속 30㎞로 확 줄었다. 신갈간이정류장에 다다르자 차량흐름은 아예 멈춰버렸다. 차량 25만대가 고속도로에 쏟아져 나온 탓이다. 텅 빈 갓길로 달리고픈 욕망, 아니 잠시 차를 세우고 편히 쉬고 싶은 욕구가 꿈틀댈 법하다.

정지된 차량 행렬 옆 갓길로 순찰차를 몰던 김 경사가 갓길에 눈길을 주는 운전자들을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 "4차선은 대형트럭용입니다. 트럭 운전자가 잠깐 졸다가 정신을 차리면 본능적으로 차량 전조등 빛이 보이는 갓길로 핸들을 꺾게 마련이죠. 잠시 화장실 가거나 잠을 잔다고 갓길에 세워놓은 주정차 차량은 대형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대부분 운전자는 김 경사의 충고를 흘려 들었다. "휴게소 가서 쉬세요"라고 하자 "졸음운전으로 사고 나면 당신이 책임질 거냐"고 따졌다. 갓길이 채 1m도 안 되는 분기점 도로에 정차하는 간 큰 운전자도 있었다.

평택_음성고속도로로 갈아타는 안성분기점은 급한 커브길이라 원심력으로 사고위험이 높지만 갓길 차량은 막무가내였다. 소변을 보고 온 듯 도로 옆 숲에서 나온 운전자는 순찰차의 사이렌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나가는 차들이 아슬아슬하게 빗겨갔지만 태연히 걸을 뿐이었다. 보다 못한 김 경사가 한숨 섞인 푸념을 내뱉었다. "고속도로에서 정작 다급한 건 경찰 밖에 없는 것 같네요."

경부고속도로 안성분기점에서 거점근무를 서고 큰 사고 없이 아침을 맞았다. 주간 근무조인 지상훈(41) 경장과 임은규(33) 순경의 순찰차량으로 갈아타고 아침 8시부터 순찰을 계속했다. 지 경장이 고속도로에서 겪은 황당한 경험을 들려줬다.

"경부고속도로 오산IC는 도심과 가까워 진입차량들이 많아요.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부산으로 내려가는 길에 친구와 오산IC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합니다. 고속도로 한복판을 약속장소로 잡는 거죠. 먼저 온 사람은 고속도로 진입로에 아슬아슬하게 정차한 채 일행을 기다려야 하는 겁니다."

임 순경이 맞장구를 쳤다. "지방에 놀러 갔다 오는 관광버스도 문제입니다. 서울로 올라가는 도중 사람을 내려주려면 톨게이트를 빠져 나와야 하는데 그게 귀찮은 일부 버스가 승객을 도로에 내려주기도 해요. 차가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를 걸어가는 모습이란…" 둘은 황당한 얌체운전자들 얘기에 넌더리를 냈다.

순찰차는 사이렌을 켜 운전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알람 순찰'을 하며 서해안고속도로 서울방향으로 들어섰다. 순간 지 경장의 눈이 1차로를 응시했고 동시에 가속페달을 밟았다. 약 200m 앞 1차로에 한 중년 부부가 차량을 세워 놓고 손을 흔들며 뒤에서 달려오는 차들을 옆으로 이동시키고 있었다.

상행선이라 차량들이 무섭게 내달리는 점을 감안하면 위태로운 광경이었다. 재빨리 차에서 내린 임 순경은 형광봉을 들고 교통을 통제했고, 지 경장은 순찰차로 고장차량을 엄호하며 갓길로 인도했다. 덤프트럭과 고속버스 등이 내달리는 통에 촉각이 곤두섰다. 차량이 지나가는 굉음에 기자가 멈칫하자 임 순경이 고함을 질렀다. "위험해! 빨리 움직여요." 얼떨결에 그의 손에 붙들려 갓길로 끌려 나왔다.

옆에서 끼어든 차 때문에 중앙분리대에 부딪혀 차량이 파손됐다는 부부는 사고 충격으로 한동안 굳은 얼굴을 풀지 못했다. 20여분 현장에 머물던 순찰차는 견인차가 도착해 사고처리를 시작하고 나서야 자리를 떴다.

다시 여유를 찾은 지 경장이 웃으며 말을 건넸다. "사실 우리도 정말 무섭거든요. 신고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어떤 상황일까 온갖 상상을 하죠. 그렇지만 절대 표시를 낼 순 없어요. 사고 운전자들은 우리만 믿고 의지할 테니까."

어느덧 오후 2시, 야간 조 근무가 끝나는 시간이다. 아침부터 다시 몰린 귀성 차량들로 고속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기자를 동수원1지구대 본부에 내려놓은 순찰차는 다시 꽉 막힌 고속도로를 향해 내달렸다. 지 경장은 선글라스를 고쳐 썼고 임 순경은 운전대를 힘껏 쥐었다.

김현수 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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