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철로 가까워진 가평으로 山기운 받으러 떠나볼까
긴 설연휴 산행을 계획한다면 경기 가평을 추천한다. 최근 경춘복선전철도 뚫려 한층 가까워졌다. 가평은 강원도 못지않은 첩첩의 산골이다. 땅의 83%가 산림인데다 해발 1,000m 넘는 봉우리들도 여럿이다. 경기도에서 제일 높은 산(화악산ㆍ1,463m)도 가평에 있다. 군청에서 얻은 등산안내도에는 군내 53개 봉우리에 대한 산행코스가 그려져 있다. 그 산길만 이어도 가평군 전역을 걸음으로 한땀한땀 이을 수 있을 것이다.
산행지도나 한 장 얻으려 군청에 들렀다가 우연히 군수와 마주쳤다. 가평의 산구경을 나왔다고 하자 40대 젊은 군수는 산자랑을 풀어놓기 시작하는데 이야기 타래가 쉬 끝나지 않았다. 그는 "산림청에서 뽑은 100대 명산에 가평의 산이 5개나 포함된 것을 아느냐"고 반문했다. 경기도가 품은 명산이 11개뿐이니 자랑할 만하다.
5개 명산에 못지않다는 석룡산을 비롯해 깃대봉 명지산으로 이어지던 군수의 산자랑 타령이 유독 보납산(329m) 대목에선 더욱 힘이 들어갔고 흥이 넘쳤다. 가평군민이 유난히 사랑하는 산이라 했다. 보납산은 가평읍 바로 옆에 있다. 서울로 치면 남산과 비슷한 존재다. 가평읍을 스치는 가평천 바로 옆에 피라미드처럼 우뚝 솟은 산봉우리다.
이 산에는 조선의 명필인 한석봉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그는 1599년 가평의 현감으로 내려와 2년을 재임했다. 한석봉이 가평에 있을 때 유독 이 보납산을 좋아했다고 한다. 이 산이 하나의 돌로 이뤄진 봉우리라서 석봉(石峯)이란 호를 했다는 설도 있고, 한석봉이 가평을 떠나면서 벼루 등 아끼는 보물을 이 산에 묻어놔 보납(寶納)이란 산이름이 생겼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실제 보납산 이름의 유래에선 가평벌 앞에 서있는 산자락이라는 '벌앞'이 '버랖'으로 다시 '보납'으로 바뀌었다는 설이 보다 일반적이다.
보납산 등산로 입구는 여럿이지만 가평교 너머의 자라목을 가장 많이 찾는다. 이곳에서 600m 길이 코스로 산등성이를 바로 치고 오르거나 보광사까지 빙 돌아 산허리를 타고 정상으로 오르면 된다. 정상엔 2개의 전망대가 있다. 하나는 가평천 너머 가평읍내를 굽어보는 전경이다. 읍내를 에워싼 연인산 매봉 깃대봉 대금산 등의 산줄기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또 하나의 전망대는 북한강을 조망한다. 하얗게 얼어붙은 겨울 북한강의 장대한 흐름을 마주한다. 해발 300m급의 산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넓고 화려한 풍광이다.
자라목에서 올라 다시 자라목으로 내려오는 데(1.8km)는 1,2시간이면 족하다. 겨울 북한강과 어우러진 보납산의 산세를 더 느끼고 싶다면 강가의 낮은 산줄기로 이어지는 강변산책로 코스(2.3km)를 잇거나, 능선을 이어 선 물안산을 찍고 춘성대교 옆의 주을길(6.4km)로 내려올 수도 있다. 가평역에서 보납산 자라목까지는 걸어서 20분이면 충분하다.
백두산 천지를 빼닮았다는 호명호수를 안고 있는 호명산(632m)도 북한강과 어우러진 빼어난 풍경을 자랑한다. 산정의 호명호수는 1980년 완공된 국내 첫 양수발전댐이다. 청평호에서 물을 끌어올려 뒀다가 필요할 때 수문을 열고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호수 주변으로 큰 산자락이 호위하듯 서서 작은 천지의 풍모를 느끼게 한다.
이 호명호수와 호명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3km 가량의 능선길이 매력적이다. 내내 수려한 청평호를 발 아래 달고 걷는다. 호명산과 호명호수로 오르는 코스는 여럿이다. 경춘복선전철의 청평역과 상춘역에서도 바로 산길을 올라탈 수 있다. 청평역 바로 옆 안전유원지로 해서 2.64km 산능선을 타고 오르면 바로 호명산 정상이다. 상천역에선 짙은 숲길로 3.6km 산을 타면 호명호수를 만난다. 호명산의 다른 산길은 청평호와 붙은 복장리나 호명리 등으로 흘러내린다.
가평=글·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