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30)이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한 지난 11년간 한국 축구팬들은 행복했다. 박지성은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임무를 100퍼센트 수행해냈다. 한 골이 절실한 순간에 득점포를 터트리며 '해결사' 노릇을 했고 전술의 핵으로, 또 정신적 지주로 팀을 이끌었다. 5개의 명장면을 통해 박지성이 '태극전사'로 살았던 11년을 정리해본다.
▲A매치 첫 골, J리그 진출 축포(2000년 6월 7일ㆍ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박지성은 마케도니아와의 LG컵 4개국대회 1차전 후반 19분 이천수(오미야)의 로빙 패스를 받아 결승골을 터트렸다. A매치 데뷔골이자 해외 진출을 자축하는 득점포였다. 박지성은 이 대회를 마치고 J리그 교토 퍼플상가에 입단하며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잉글랜드전, 스타 탄생의 서막을 열다(2002년 5월 21일ㆍ제주월드컵경기장)= 박지성의 축구 인생을 바꿔 놓는 계기가 됐다. 박지성은 마이클 오웬, 폴 스콜스 등 당대 최고 스타들이 포진한 잉글랜드를 상대로 0-1로 뒤진 후반 6분 헤딩 동점골을 터트리며 처음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되던 박지성이 측면 공격수로 전진 배치되는 계기가 됐다.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쓰다(2002년 6월14일ㆍ인천월드컵경기장)=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박지성은 포르투갈과의 2002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 후반 25분 이영표의 크로스를 골지역 오른쪽에서 받은 후 절묘한 볼 컨트롤에 이은 왼발 슛으로 골 네트를 갈랐다. 한국 축구의 염원인 월드컵 16강을 확정하는 골이었다. 박지성이 벤치로 달려가 거스 히딩크 감독의 품에 안기는 장면은 CF에도 여러 차례 등장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
▲흔들리던 '허정무호'의 중심을 잡다(2008년 10월 15일ㆍ서울월드컵경기장)=아랍에미리트(UAE)와의 2010 남아공 월드컵 최종 예선 2차전은 박지성이 주장 완장을 차고 나선 첫 경기다. 북한과의 1차전에서 1-1로 비기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허정무호'는 4-1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일신했다. 박지성은 1-0으로 앞선 전반 25분 오른발 슛으로 결승포를 터트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원정 월드컵 16강 활로를 열다(2010년 6월12일ㆍ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베이)=그리스와의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박지성은 1-0으로 앞선 후반 7분 상대 수비수의 볼을 가로챈 후 질풍처럼 드리블, 통렬한 왼발 슛으로 그리스 골 네트를 흔들었다. 허정무 감독이 대회를 마친 후"16강 진출의 결정적인 발판이 됐다"고 평가했던 장면이다. 양팔을 풍차처럼 흔드는 독특한 세리머니가 눈길을 끌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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