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에 새 바람이 불어 닥칠 것인가. 23년 독재정권을 종식시킨 튀니지 시민혁명의 불길은 이집트로 번졌고, 이제 이집트에서 울려 퍼지는 함성은 주변국에 더 큰 메아리를 울리고 있다.
엿새째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집트에서 벌어진 30일(현지시간) 이집트와 국경을 맞댄 수단에서는 튀니지나 이집트처럼 페이스북을 매개로 한 대학생 중심의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수도 하르툼의 대통령궁 주변에 모인 청년 시위대들은 "우리는 변화를 원한다"는 구호를 외쳤고 60여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31(현지시간) AFP에 따르면 시위 도중 부상을 입은 학생 한명이 숨졌다. 시위에 가담한 한 학생은 "경찰의 폭력으로 병원에 입원했던 모하메드 압둘라만이 사망했다"며 "이날 아침 정부가 옴두르만 이슬람 대학교를 비롯 2개 대학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인근 하르툼대학에서는 300여명이 가두로 진출, "독재 타도" 등을 외쳤고, 인접도시인 옴두르만에서 1,000여명, 600㎞ 떨어진 엘-오베이드에서 600여명이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수단의 시위는 오랜 내전과 국가의 남북 분리를 야기한 무능한 정권에 대한 반발이다. 야당 움마당의 지도자 무바라크 알-파들은 "우리가 이집트에서 목도하고 있는 것이 청년들을 움직였고 그들은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를 조직화했다"고 말했다.
14일 튀니지가 시민의 힘으로 지네 알 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을 축출하는 데 성공했을 때만 해도 이것이 주변국에 얼마나 파장을 줄 것인지는 예단하기 어려웠다. 주변의 많은 아랍 국가들이 장기 독재, 경제적 불안정과 불평등으로 시민의 불만은 팽배했으나 높은 문맹률, 억압적인 이슬람 문화 등으로 시민혁명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이집트 사태는 튀니지와 또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이집트는 아랍권의 정치적 흐름을 선도하는 역할을 해왔다. 1950년대 집권한 가말 나세르 전 대통령은 과거 아랍국가들이 서구 열강으로부터 독립하고 범아랍권으로 통합하자는 중동민족주의의 주창자로서 주변국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집트에서 발원한 무슬림형제단도 국경을 뛰어넘는 아랍권의 주요한 정치세력이다. 또 아랍어로 된 영화와 드라마의 90% 이상이 이집트에서 만들어질 정도로 문화적 구심점 역할도 해 왔다.
주변국은 이집트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무바라크 정권을 감싸고 도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왕정이지만 장기 실업에 청년층의 불만이 높다. 예멘에서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수도 사나와 남부 아덴에서 32년째 장기집권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 시위가 일고 있다. 요르단과 알제리에서도 물가 폭등과 실업률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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