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나로호 2차 발사의 실패 원인 규명작업이 해를 넘겨서도 여전히 난항이다.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한러 공동조사위원회(FRB)가 1월 말까지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명하고, 3차 발사 준비의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24일부터 나흘간 러시아에서 제4차 FRB 회의가 열렸으나 이번에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밝혀 우리의 기대가 엇나가고 있음을 드러냈다.
교과부에 따르면 제4차 FRB는 지난해 3차에 걸친 회의에서 거론된 사항을 모아 종합 검토하는 회의 성격으로 진행됐다. 특히 양측은 러시아가 제작한 로켓 1단부의 1ㆍ2단 분리장치와 우리 측이 제작한 상단부 비행종단시스템의 결함 여부 실증실험 결과 등을 놓고 실패 원인에 대한 '기술적 합의'를 시도했다. 이들 가설 외에 산화제 탱크의 오작동 가능성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그러나 '기술적 합의'는 어느 한 쪽이 책임을 자인하는 일이고, 이는 곧 3차 발사 비용 분담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에 따라 "같은 실험결과를 두고 양측의 관점과 해석이 다른" 상황이 이어졌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제는 실패 원인에 대한 규명이 늦어질수록 나로호 3차 발사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초 교과부는 10개월 정도 걸리는 검증위성의 제작기간 등을 감안해 이르면 올해 말쯤 3차 발사를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2차 발사의 실패 원인이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으면 러시아 측의 1단 로켓 제작이 본격화하기 어렵다. 누구도 3차 발사를 말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나로호 3차 발사에 대한 초조감 때문에 우리 측이 FRB에서 러시아 측에 끌려 다닐 필요는 없다고 본다. 3차 발사 추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빠른 일정이 아니라, 허망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기술적 합의'를 끌어내는 수준을 넘어 독자적으로라도 실패 원인을 명확히 짚어내겠다는 각오로 FRB를 이끌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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