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한테 EBS 하면 떠오르는 게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 ‘수능방송’을 들어요. TV 속 선생님 말만 듣고 있어야 하는 딱딱하고 일방향적인 지식 전달. ‘지식채널e’는 EBS에 고정된 이런 이미지를 깼죠.”
1월 31일로 방송 700회를 맞은 EBS ‘지식채널e’ 김한중 PD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이 5분짜리 다큐멘터리는 2005년 9월 첫 방송 때만 해도 수능방송 사이 시간 때우기 용으로 편성됐지만, 이제는 EBS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인터넷 VOD 편당 누적 조회수가 최대 10만 건에 이를 정도로 시청자들은 이 방송을 보고, 또 본다. 인터넷에는 팬클럽도 있다.
여느 다큐멘터리와 달리 내레이션 없이 영상과 자막, 배경음악만으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이 폭넓은 시청자들의 공감과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김 PD는 “지식을 절대로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을 첫 손에 꼽았다. “영상을 보여주고 다음 화면에 글자와 물음표 하나를 던집니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시청자들이 화면의 여백 안에서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죠.”
그러려니 5분짜리라도 제작에 품도 많이 든다. 김 PD는 “자막의 효과나 타이밍, 화면의 움직임, 효과음 등 하나하나 세밀히 따져야 한다”며 “조연출 2명, 편집감독 2명, 작가 6명이 팀을 나눠 제작하는데, 관련 서적을 살펴보는 데만 몇 주가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그때 이슈가 되는 주제를 다루지만 우리가 미처 몰랐던 얘기를 시청자 제보를 통해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귀뜸했다.
‘열린 지식’을 지향하는 ‘지식채널e’가 700회를 맞아 내놓은 화두는 참여의 확대. 각계 인사들을 객원작가로 선정해 한 달에 한 편 정도 제작할 예정인데, 31일 방송된 700회 ‘위대한 유산’ 편은 드라마 작가 노희경씨가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이제 독립을 준비하는 스무 살 조카에게 보내는 격려의 편지글 형식으로 제작됐다. 2,3월 두 달간 ‘UCC 공모전’도 연다. 시청자들이 손수 제작한 동영상을 보내면 이중 두 편을 선정해 5월 중 ‘지식채널e’에서 방송할 예정이다. 김 PD는 “이런 시도를 통해 ‘지식채널e’가 집단지성을 구현하는 장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자주 다루다 보니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지난달 14일 무상급식을 주제로 방영된 ‘공짜밥’ 편은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징계 여부가 논의되고 있다.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에 대해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는 게 이유다. 김 PD는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아이들 인권을 얘기한 것인데, 이를 정치적으로 왜곡해 보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공짜밥 편에는 제 어린 시절 경험이 녹아있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선생님이 아이들이 다 보는 앞에서 가정환경조사를 했는데, 어린 마음에 집에 피아노가 있다고 거짓으로 손을 들었다가 들통 나 웃음거리가 되고 상처를 받았죠. 제가 30년 전 겪은 일을 지금 아이들이 고스란히 겪고 있어요.”
김 PD는 700회로 시작하는 올해 보다 희망적인 얘기들로 ‘지식채널e’를 채워갈 계획이다.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이 ‘지식’을 통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데 온 힘을 쏟겠습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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