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실무회담 개최 시기를 놓고 남북한의 기 싸움이 팽팽하다. 주거니 받거니 제안을 반복하면서 신경전이 점차 가열되는 양상이다.
북한은 당장 회담을 열자는 입장이다. 29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게 보낸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통해 2월1일 실무회담을 열자고 제의했다. 북한이 앞서 20일 이달 말에 실무회담, 2월 초순에 고위급 군사회담을 열자고 제안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반면, 국방부는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북한의 제안에 대해 26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2월11일 실무회담을 열자고 역제안한 데 이어, 31일 북한에 답신을 보내면서 실무회담 날짜를 같은 날로 거듭 못박았다.
이처럼 양측이 제안한 회담 일자는 물리적으로 10일의 차이에 불과하지만 여기에는 정반대의 전략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공세적인 회담 제의를 통해 대화의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가 짙다.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부각시켜 미국과 중국의 요구에 부응하고 지난해 천안함ㆍ연평도 사태 이후 수세에 몰린 국면을 전환하려는 것이다. 또한 대화의 판을 깨는 것은 결코 자신들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회담이 지연될 경우 남남갈등을 노리는 부수적 성과도 거둘 수 있다. 회담의 성과보다는 분위기를 몰아가는 고도의 심리전이다.
정부도 이 같은 북한의 노림수를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대화는 필요하지만 북한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이는 방식은 곤란하다는 판단이다. 회담 초반 흐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일종의 김빼기다. 회담 일자를 늦춰서 제안한 것도 그 때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2월16일에 앞서 뭔가 생색내기용 성과를 내기 위한 북한의 조급함을 역이용하려는 계산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정부는 군사회담의 의제들에 대해 단기간의 승부가 아니라 긴 호흡을 갖고 차근차근 해결해야 한다는 판단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실무회담 대표단을 단장 외 2명으로 구성하자는 북한의 제안은 흔쾌히 수용했다. 이에 따라 같은 대령급인 문상균 국방부 북한정책과장과 리선권 대좌가 단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