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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상인들 "외국인 덕에 설 대목 제대로 만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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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상인들 "외국인 덕에 설 대목 제대로 만났죠"

입력
2011.01.31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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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이 연휴라고 쉰다니까 덕분에 쉬는 거죠. 부산에서 올라 왔어요."(인도네시아 근로자 아끼씨)

"고향 가고 싶은 마음을 달래려면 우리도 재미있는 곳 찾아 다녀야죠"(필리핀 근로자 파티마씨)

짧게는 3일, 길게는 9일에 달하는 이번 설 연휴. 모처럼의 긴 연휴의 기쁨은 내ㆍ외국인의 구분이 없었다. 고향으로 떠나고, 해외로 여행을 가 텅 빈 서울의 명소를 지방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채웠다.

4일 오후 뚝섬 한강 공원 눈썰매장. 수십 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설날인데 외국인이라고 집에만 있을 수 없다"는 터키인 근로자, "설인데 놀러 가자고 보채는 아이들 때문에 왔다"는 중국인 여행사 직원 등 연휴를 만끽하는 모습은 한국인과 다를 바 없었다. 한국에 온 지 6년이 된 터키인 우준 블랜드(36ㆍ요리사)씨는 "아내와 아들 딸이 너무 즐거워한다"며 웃음꽃을 피웠다.

설 연휴를 맞아 많은 상점이 문을 닫은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과 명동도 러시아, 동남아시아 등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이 지키고 있었다. 3일 오후 이곳에서 만난 3년차 제조업체 근로자 아끼(40)씨. "고향에 있는 7살배기 아들 꼴리와를 생각하면 휴일에도 쉴 수 없다"고 평소 연휴까지 반납했던 그는 올해 첫 서울 나들이를 결심했다.

동대문 쇼핑몰이나 지하철 2호선 대림역 인근 중국인 밀집지역 등은 이들이 서울에서 들러야 할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다. 몽골, 우즈베키스탄, 중국인 등 전국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 타향살이의 고단함을 잊는 자리가 되고 있다. 경남 거제시에서 올라왔다는 모트리존(38ㆍ우즈베키스탄)씨는 "동대문에서는 고향 친구들도 만날 수 있고, 가족에게 보낼 옷도 사서 바로 택배로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동포 이봉명(52)씨는 "중국에도 춘절이라고, 같은 명절을 지내기 때문에 전국의 중국인이 설에 대림역으로 몰려온다"고 소개했다. 이씨도 이날 고향인 선양의 고교 동창 12명을 만났다. 충남 서산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중국동포 박기(30)씨는 "이렇게 설날 하루 모이는 게 전부다. 오늘 모든 것을 잊고 신나게 놀 생각"이라고 했다.

이들 덕에 주변 상인들은 "설 대목 제대로 만났다"며 기뻐하고 있다. 동대문에서 겨울 옷을 팔고 있는 김모(52)씨는 "몽골이나 러시아 사람들이 오면 무조건 비싼 무스탕을 사간다"며 흥겨워했다. 인근에서 휴대폰을 팔고 있는 채인수(50)씨 역시 "손님들이 이렇게 북적거리는데 그냥 있을 수 있나. 아침에 간단히 차례만 지내고 나왔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수는 51만 명에 달한다. 불법 체류자까지 더한다면 65만 명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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