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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민주화 시위/ EU도 "무바라크 퇴진" 압박…관망서 선회 美와 보폭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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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민주화 시위/ EU도 "무바라크 퇴진" 압박…관망서 선회 美와 보폭 맞추기

입력
2011.01.31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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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시위가 1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집트에 대해 관망적 입장을 유지했던 유럽연합(EU)이 “정권 이양”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 EU는 모든 정파에 대화를 촉구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미국에 보조를 맞춰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경제는 물론 정치ㆍ외교적인 우군이던 무바라크 대통령을 포기하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EU 27개국 정상은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헤르만 반 롬푸이 정상회의상임의장이 마련한 ‘이집트 및 주변 정세에 대한 선언문’을 채택하면서 “이집트의 질서 있는 변화가 당장 개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상들은 “공권력의 보호 아래 모든 시민은 자유롭고 평화적으로 시위할 권리를 갖는다”며 “언론인과 인권단체 요원을 겨냥한 폭력을 포함해 자유로운 정보의 소통을 방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정상들은 이집트 정부가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최근 3년간 5억유로 상당을 지원했던 원조를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상들은 또“국민의 민주화 열망은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존중 속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표출돼야 한다”며 “모든 정파는 이를 위해 의미 있는 대화에 나서라”고 거듭 촉구했다.

유럽 정상들은 그러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집권 가능성에는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극단주의자들이 정권을 차지할 위험이 존재하나, 그렇다고 이집트 국민의 열망을 외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실언 제조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중동의 현자인 무바라크 대통령과의 단절 없이 이집트가 민주적 체제로 이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일자, 총리 측이 “계속 집권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무바라크와 같은 성향의 인물이 이집트를 이끌어가길 바란다는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다만 이는 친서구적 정권이 들어서지 않을 바에야 현 무바라크 대통령 체제가 낫다는 유럽의 속마음을 드러낸 측면이 있다.

앞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이집트 정부는 가능한 빨리 변화해야 한다”며 “무바라크 대통령의 정권 이양은 빠를수록 좋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이슬람 국가인 이란도 이집트 정권 이양에 목소리를 더했으나 내용과 의미는 전혀 달랐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무바라크 대통령에 대해 “이스라엘과 미국의 하수인”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하메네이는 1979년 친미 성향의 팔레비 왕조를 붕괴시킨 이란 혁명 때와 같이 이집트에도 이슬람 신정 체제가 구축돼야 한다고 주장, 서구와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러한 국제사회의 압력에 아랑곳하지 않고 5일 사미르 라드완 신임 재무장관 등이 참석한 경제부처 장관 회의를 주재하는 등 여전히 집권의지를 내비쳤다.

이대혁 기자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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