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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당국·시공사 부주의 '합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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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당국·시공사 부주의 '합작품'

입력
2011.01.3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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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낙동강 공사현장 마애불에 직경 10㎝ 훼손담당 공무원 주민신고 받고도 관계기관에 통보 안해의성군 "개발 안 한다는 건설사 약속받고 조사 종결"건설사는 "약속한 적 없다" 부인… 늑장신고 의혹도

4대강 낙단보 공사현장에서 발견된 마애불이 공무원의 신고 묵살과 건설사의 부주의로 인해 훼손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낙단보 마애불은 가로 4m, 세로 3.4m 크기의 바위에 몸통 1.3m, 높이 2.4m, 좌대 1.7m 크기의 부처상을 '저부조(低浮彫) 양각'방식으로 살짝 드러나게 조각한 고려 초기 작품이다.

30일 경북 의성군과 주민들에 따르면 군 담당 공무원은 지난해 4대강 낙동강 공사 구간인 의성군 단밀면 낙정리 낙단보 전력제어실 옆에 마애불이 묻혀 있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8월4일 현장을 답사, 매장 지점을 확인했으나 보전이나 문화재 관련 기관 통보 등 후속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두 달쯤 뒤인 10월 6일 마애불은 머리에서 왼쪽 10㎝ 정도 떨어진 곳에 직경 10㎝ 정도의 구멍이 1m 깊이로 뚫린 채 발견됐다.

낙단보 시공사인 D건설 관계자는 "낙단보 통합관리센터를 짓기 위해 드릴로 후보지 암석 깊이를 측정하던 중 구멍이 난 것으로 보인다"며 "발견 직후 관계 기관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정당국은 D건설 측이 개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 문화재담당 공무원들은 8월 초 제보자 노지호(59ㆍ경북 포항시)씨와 함께 현장을 답사하면서 D건설 측으로부터 "문화재 매장 지역 일대에는 개발 계획이 없다"는 확답을 받았다는 이유로 현장 사진만 찍고 돌아갔다.

담당 공무원 P씨는 최근 이메일을 통해 "매장지가 도로와 인접한 곳인 데다 D건설이 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 조사를 종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D건설 측은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며 군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양자간 책임 공방에 대한 낙단보 인근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주민 대부분이 불상 매장 사실을 알고 있고 행정당국이 조사까지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훼손된 채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곳은 의성군 단밀면과 상주시 낙동면을 오가던 낙동강 나루터가 있던 곳으로, 불상은 1980년대 초 도로 확장공사 때 토사에 묻혔다.

상주시 낙동면에 사는 김분이(86) 할머니는 "마애불이 묻히기 전에 이곳 부처님께 기도를 자주 드린 덕분인지 남편이 교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며 "주민 모두 아는 매장 사실을 공무원과 시공사만 모르는 척하다 억지로 확인하는 시늉에만 그쳐 이 같은 불상사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한편 낙단보 마애불 발견 시기를 둘러싸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D건설은 지난해 10월 6일 마애불을 발견했다고 문화재청 등에 신고했으나, 실제는 이보다 한달 이상 앞서 찾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D건설에서 퇴직한 A씨는 "회사가 지난해 9월 초부터 '외부에 알려지면 골치 아프다'며 마애불 부근 현장 접근을 통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D건설 측은 "요즘 세상에 인근 주민들도 알고 있는 사실을 일부러 감출 기업이 어디 있느냐"며 "4대강 공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추측으로 음해성 소문을 퍼뜨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10세기쯤인 고려 초기에 마애불이 제작된 것으로 보고 문화재 지정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의성=글ㆍ사진 김용태기자 kr88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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