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먼지털기식 수사로 기업 유린"김회장 4번째 기소 불명예
검찰은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결과 발표에서 이례적으로 한화의 조직적인 수사방해 부분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한화 측의 '먼지털기식 수사'라는 검찰 비판이 확산되면서 남기춘 서울서부지검장의 불명예 퇴진까지 불러오자 반격에 나선 셈이다.
검찰에 따르면 한화 계열사 임직원 2명은 한화증권 전 직원이 금융감독원에 한화그룹 차명계좌의 존재를 제보한 직후 5,500만원을 건네며 회유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 시작 이후에도 증거 인멸, 진술 짜맞추기 등의 수사 방해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압수수색 당시 한화 측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려는 검사를 끌어내리고 여자 수사관을 밀어 넘어뜨린 것은 수사 방해의 시작에 불과했다는 것. 검찰 관계자는 "한화가 압수수색 정보를 미리 파악해 중요 자료와 다이어리를 없애도록 했으며 일부 중요한 서류철을 청계산에 있는 비닐하우스로 빼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한화 측이 체포영장이 발부된 대상자에게 회사 핸드폰과 도피자금 수백만원을 건넨 행위, 검찰에서 불리한 진술을 한 임직원에게 압력을 행사한 행위, 변호인단이 조사 대상 임직원들에게 검찰 수사에 대비해 입을 맞추도록 한 정황 등도 수사 방해 사례로 꼽았다. 검찰은 "사법정의 회복 차원에서 관련자는 추가 수사 후 기소하고, 허위 진술을 조장한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에 비위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화 측은 이날 검찰이 밝힌 주요 기소 혐의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검찰이 기업 총수 구속 수사를 위해 먼지털기식으로 기업을 유린하고 있으며 수사 결과도 부풀려졌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편 김승연 회장은 이번 기소로 통산 4차례 검찰에 기소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1993년 외화 밀반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첫 옥살이를 한 그는 2004년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10억원을 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2007년에는 서울시내 한 술집에서 둘째 아들이 폭행을 당하자 보복 폭행을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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