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기업 주재원 및 교민들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아직까지 한국기업이나 한국인이 이번 사태로 직접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시위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고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서둘러 귀국길에 오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은 30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 위치한 아프리카 지역본부를 임시 폐쇄하고 주재원 13명을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로 이동시켰다. 더불어 주재원 가족 36명은 아예 한국으로 귀국하도록 했다.
LG전자 현지법인은 주재원 가족 30명 중 귀국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한국행을 지원하기로 했고, 삼성전자 역시 다음달 1일께 주재원 가족들을 한국으로 귀국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가 관공서나 상점을 약탈하는 경우가 이어지자 일부 기업은 공장과 사무실,창고 등에 사설 경비원을 고용했고, 단축 근무나 재택 근무에 들어간 기업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집트로 관광을 온 여행객들도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 항공편을 찾고 있다. 이미 카이로 고고학박물관이 약탈당하는 등 정상적 관광 일정을 소화하기 불가능한 상황. 서울대 인문대 교수와 수강생 50여명도 현지에서 발이 묶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한국공관은 비상 대피 계획을 수립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집트 주재 한국 대사관은 "비상연락망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피해를 당한 교민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사태가 더 나빠지면 교민들을 철수시킬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뒀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한국 초등학생 40여명이 재학 중인 카이로 한국학교에 대해서도 이날부터 잠정 휴교 조치를 내렸다.
이집트에는 현재 1,000여 명의 교민이 있고, 현대기아차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GS건설 등 총 17개 한국기업이 법인이나 본부, 지사를 두고 있다. 수출입 등 양국간 교류에도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 지난해 기준 국내 기업의 대 이집트 수출액은 22억4,000만 달러, 수입액은 9억3,800만 달러에 달한다. 자동차 부품, 승용차, 합성수지, 무선전화기가 주요 수출품이고, 나프타, 천연가스 등을 수입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관계자는 "소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소비 심리가 위축돼 국산 제품의 수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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