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Xi)'는 우리나라 중산층의 로망이다. 그냥 브랜드만으로도 '그곳에 살고 싶다'는 욕망을 느낄 정도. 잘 나가는 아파트 브랜드가 여럿 있지만, 그 중에서도 자이는 가장 성공적이란 평가를 듣는다. 사람들은 왜 자이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냥 심플하면서도 쉽게 각인되는 작명 기법 때문만은 아닐 터. 자이아파트를 짓고 있는 GS건설의 허명수 사장은 주저 없이 "쾌적함"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이성철 경제부장
아파트를 단순히 '먹고 자는 곳'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바라봤고, 그래서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춰 아파트를 지었더니, 예컨대 아파트 숲 속에서도 진짜 숲을 느낄 수 있도록 조경을 꾸몄더니, 결국 소비자들이 환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이아파트의 조경은 이미 세계적이란 평가를 듣고 있는데, 세계조경가협회(IFLA)가 수여하는 최고 권위의 세계조경대상을 지난 2007년과 올 초 두 번이나 수상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GS건설의 브랜드파워는 '물이 올랐다'고 봐도 되겠지만, 허 사장은 여전히 갈증을 느끼는 듯 했다. "끊임없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면 단순히 건축장비나 기술만 좋아져서는 부족하고, 무엇보다 조직문화가 달라져야 하지요."
사실 지난해 GS건설은 14조원대의 수주성과로, 창사 이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허 사장은 정작 실적보다는 가치, 그것도 새로운 가치를 더 강조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춘 젊은 인재들이 참 많이 들어옵니다. 이 친구들과 경험 많은 기성세대가 시너지효과를 내느냐, 아니면 불협화음을 내느냐에 따라 회사의 미래는 완전히 달라질 겁니다. 시너지 효과를 위해선 무엇보다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가치부터 찾아내야 했던 것이죠. 당장 수주 한 건 더하느냐 마느냐는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가치발굴을 위해 지난 해 본부장 이상 간부들은 수시로 머리를 맞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토론에만 매달린 날도 적지 않다. 그 결과 ▦변화(innovation) ▦최고(challenge) ▦신뢰(partnership), 이렇게 3개의 가치에 대한 합의를 도출했다. "그냥 평범한 구호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여기에 GS건설의 미래가 담겨있다고 봅니다.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구성원간의 신뢰, 협력업체와의 신뢰, 소비자로부터의 신뢰를 얻어가겠다는 것입니다."
GS건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해외 쪽에서 진검승부를 벼르고 있다. 이를 위해 중동 중심의 사업 무대를 북아프리카, 중남미 등으로 넓혀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는 "그간의 해외사업이 플랜트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발전 및 환경부문으로 외연을 넓혀갈 생각"이라며 "지난 수년간 공을 들인 토목과 건축에서도 올해부터는 서서히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 사장은 국내도 그렇지만 해외시장에서 성공은 결국 기술과 인재의 문제라고 했다. 이 점에서 건설업도 연구개발(R&D)산업이 될 수 밖에 없으며, 국내 건설업계도 그런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천기술의 독립 없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 받기 힘듭니다. 설계 구매 시공(EPC) 분야에선 우리 업체들도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정작 독자적 핵심 원천기술과 기본설계기술 없이는 결국 선진국 건설업체와 동남아 후발업체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될 수도 있어요. 좋은 인재가 많이 몰려야 하는데 이공계 기피현상이 참으로 걱정스럽습니다. 앞으론 GS건설이 우수 엔지니어의 요람이 되도록 할 겁니다."
●잊을 수 없는 순간들
지난해 GS건설이 따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루와이스 정유공장확장공사는 국내 건설업체가 수주한 단일 프로젝트로는 최고액(31억달러) 기록이다. 지금도 허명수 사장은 이 공사계약 순간을 가장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다.
"작년 초 공사계약을 위해 아부다비 현장에 갔는데 그때 우리나라 건설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어요. 우리가 사상 최대 금액의 공사를 수주했다는 사실 자체에도 한껏 고무돼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계약식 현장에 모인 건설사가 모두 대한민국 회사라는 사실에 기쁘고 뿌듯했어요. 유럽 등 해외의 쟁쟁한 건설사들을 모두 제치고 총 100억 달러가 넘는 대형 공사를 국내 건설사들이 모든 공사를 수주할 정도로 국내 기술이 올라섰다는 것이죠. 세계가 대한민국 건설 기술을 인정하고, 또 그 정점에 우리회사가 있다는 사실에 느낀 벅찬 감동은 아직까지도 생생합니다."
전태훤기자
●허명수 사장은
1955년 부산 출생
경복고, 고려대 전기공학과 졸업
1981년 LG전자 입사, LG전자 상무,
LG건설 재경본부장, GS건설 CFO 역임
2006년 12월~ GS건설 대표이사 사장
정리=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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