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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이제는 봄을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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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이제는 봄을 이야기하자

입력
2011.01.3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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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봄을 이야기해도 되겠다. 봄은 내게 금기의 말이었다.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춥고 긴 겨울을 살며 봄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불성설, 말장난처럼 느껴졌다. 기상청 날씨 예보에 따르면 어제까지 추위가 막바지 기승을 부렸고 오늘 오후부터 추위가 풀려 예년의 기온을 되찾는다.

설 명절에도 포근한 날씨가 계속된다고 한다. 민족의 대이동에 날씨가 풀린다는 것은 큰 선물이다. 기상청이 말하는 '예년(例年)'은 '지난 30년간 기후의 평균상태'를 말한다. 지난 30년 동안 그러했듯이 날씨는 포근해질 것이다. 어제 물금, 원동을 지나다 낙동강에 얼음이 두껍게 언 것을 보았는데 이제 날이 풀리면 강도 풀려 다시 흘러갈 것이다.

며칠 전 서울에 들렸을 때 한강은 더 심하게 얼어있었다. 미당은 강이 풀리는 것을 보고 '강물이 풀리다니/강물은 무엇 하러 또 풀리는가/우리들의 무슨 설움 무슨 기쁨 때문에/강물은 또 풀리는가'로 노래했다. 정답은 그건 설움이 아니라 기쁨이다. 강이 풀리면 봄이 멀지 않았다는 소식이다.

'국경의 밤'을 쓴 파인 김동환은 '강이 풀리면 배가 오겠지/배가 오며는 임도 탔겠지//임은 안타도 편지야 탔겠지/오늘도 강가서 기다리고 가노라'라고 했다. 이제 봄을 기다려야겠다. 강가에 서서 강물이 풀리면 배를 타고 건너올 봄을 기다려야겠다. 봄이 보내는 봄 편지를 기다려야겠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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