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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가족과 명절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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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가족과 명절증후군

입력
2011.01.30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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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긴 설 연휴. 게다가 구제역으로 고향 방문 자제를 권하니 이 참에 잘 됐다. 60만 명이 해외로 나간단다. 고향을 찾더라도 연휴 앞 뒤 한쪽은 잘라내고 한 이틀 다녀오는 것으로 충분하다. 하기야 우리나라 사람 둘 중 하나는 시부모와 장인장모는 가족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삼촌이나 사촌은 말해 뭣하랴. 굳이 스트레스 받으며 오랜 시간 함께 할 필요가 있나. 가능하면 짧게. 그리고는 얼른 집으로 돌아와 남은 기간은 정말 '가족'끼리 부담 없이 즐기자. 세상이 이렇게 변하고 있으니,'명절증후군'의 대상과 모습도 달라질 수 밖에.

■ 명절만 되면 며느리들만 죽어난다는 소리도 이제는 옛말이다. 시부모가 오히려 아들과 며느리 눈치보고, 남편이 아내의 비위를 맞추는 세상이다. 명절이면 며느리가 친정 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도 시댁에서 차례 끝나기가 무섭게, 혼자가 아니라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다. 그래서 명절증후군을 없애자며 여성가족부가 내놓은 '따뜻한 설날 만들기'캠페인을 보면 맥이 빠진다. 실천 방안이라고 내놓은 것들이 벌써 3년째 글자 하나 틀리지 않다. 바뀐 명절 풍속이나 사회분위기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 작년 추석이나 올해 설이나 똑같다.

■ 요즘 아빠들에게 장보기, 설거지, 청소 분담과 처가 방문하기는 명절이 아니라 평소에도 지켜야 할 기본 임무이다. 아이들에 대한 배려로 명절에 숙제나 공부 타령하는 엄마들도 이제는 많지 않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권하지 않아도 갈수록 며느리들의 상차림은 간소해지고 있다. 요즘 아이들도 눈치가 빨라 자기가 먹은 것을 치우고, 세뱃돈를 생각해서라도 할아버지 할머니의 말벗이 되어주고 잔심부름도 잘 한다. 그렇다고 명절증후군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가족 공동체 의식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한 '모임'그 자체가 스트레스다.

■ 올해도 '우울한 귀향과 만남'의 설을 맞이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대학 입학시험에 실패한 아이들, 아직도 취업을 못한 청년 백수 아들, 그나마 간신히 지탱하던 자리에서 밀려난 아버지, 구제역으로 기르던 소와 돼지를 모두 잃고 망연자실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 이들에게 올 설 연휴야말로 유난히 길게 느껴질 것이다. 무슨 증후군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 마음을 달래고 씻어주는 길은 하나다. 가족으로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는 것. 나와 부모만의 작은 가족이 아닌 큰 가족이 좋은 이유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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