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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특집/ "설 대목? 다 옛말이지…" 추억을 바느질하는 한복집 할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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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특집/ "설 대목? 다 옛말이지…" 추억을 바느질하는 한복집 할머니들

입력
2011.01.3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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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대목이라지만 썰렁했다. 비단 파는 주단집과 한복 짓는 바느질방들이 모여 있는 서울 종로구 예지동 광장시장 한복상가. 명절 밑 보름쯤 전서부턴 화장실 갈 때도 바느질 감 들고 다녀와야 했다던 곳이지만, 기대 탓일까, 상가는 바람 자는 겨울 밤처럼 교교했다.

간판도 문패도 없는 가게. 미닫이문이 살짝 열려 있다. 구둣발자국 소리에 손님인 양 반색할까 염려돼 발끝으로 걸었다. 문에 얼굴 바짝 대고 조심스레 인사를 건넸다. 아니나다를까, 손님인 줄 알고 자리를 치우던 할머니의 손길이 기자라고 하자 눈에 띄게 느려진다. 콧소리 섞어가며 사정하니 마지못해 "추운데 여 와 앉아" 한다.

40년 바느질로 아들 사고치레

말은 섞으면서도 눈길은 안 준다. 김모(76) 할머니의 시선은 재단 중인 옷감에만 머문다. 남자한복이다. 암 수술만 세 번 했다는 할머니. 주름지고 까칠한 손. 가위질이 힘겨워 보인다.

"남자 바지, 한창 때는 1시간 만에도 만들었는데 이젠 3시간씩 걸려. 삭신이 아파서…."

서른아홉부터 한복 지었다니 40년 세월. 하루에 바지 4개 정도 만든다. 요즘은 서너 평 남짓한 이 방에서 먹고 자고 한다.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아들과 함께 사는 서울 근교의 집이 '아픈 삭신'에는 너무 멀어서다. 일찍 세상 뜬 남편 대신 한복 바느질로 자식 넷을 키웠다. 어디 키우다 뿐인가. 사탕 하나 집어 문 할머니가 나직하게 옛 이야기를 내놓는다.

"아들 하나 있는 거, 사고를 좀 많이 쳤어야지. 술 먹고 차 사고 내고, 교도소 들락날락하고, 쓸개 상해, 뼈 상해, 병원이란 병원은 다 다녔어."

한복 지어 번 돈으로 아들 교도소서 빼내고 입원비 대길 수 차례. 할머니의 젊은 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그 아들, 요즘은 착실해졌다. 그게 고마워 한복 한 벌 지어줬더니 안 입더란다. "서운하셨겠어요" 했더니 "사탕 참 맛있네" 하며 딴 소릴 하신다. 먹어보라고 사탕 몇 개 건네면서 그제서야 눈길을 준다.

시장 사람들은 할머니 가게 같은 곳을 '바느질방'이라 부른다. 아래층엔 옷감을 진열해 놓고 손님에게 주문을 받는 주단집이, 윗층엔 바느질방이 모여 있다.

명절보다 혼수벌이

예진한복 오영숙(57)씨, 낼 모레가 환갑이고, 바느질 경력 20년이라지만 "여기선 어린 편"이다. 그리 오래 한복을 지었어도 여자 저고리는 여전히 어렵다.

"섶이랑 깃이 제일 까다로워. 깃을 잘 굴려야 옷이 편하고, 섶은 매끈하게 뽑아야 태가 살거든. 옷이 내 맘에도 들고 손님한테도 어울리면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 여기 사람들 다 그런 마음일 거야."

한복은 손이 짓는 옷이다. 여자 저고리 하나 만들면 평균 5만~6만원 번다. 가장 어렵다는 저고리가 이 정도니 다른 옷은 더 적다. 주문도 갈수록 줄어든다.

"20년 전만 해도 명절 전엔 여러 날 밤을 샜지. 이번 설엔 따로 주문 들어오지도 않았어. 요즘엔 명절보다 봄가을 같은 혼수철 벌이가 나아."

그래도 바느질방 사정이 주단집보단 낫다고 오씨는 귀띔한다.

"(주단집 역할까지 하는) 한복집이나 대여점이 많아졌으니까. 수요는 없는데 그걸 나눠먹기 하는 게지. 요즘 생긴 한복집들이 인터넷으로 손님 다 끌어가고…."

"문 닫고 싶다"

정말 그랬다. 아래층 역시 세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한산하다. 시장에서 50년 장사하고 있다는 레인보주단 이선희(74) 할머니는 "고통스럽다"고까지 토로한다.

"한달 째 문만 열어놓고 있어. 앞이 안 보여. 의료보험이 한 달에 12만원인데 그것도 밀렸어. 마음이야 당장 그만두고 싶지. 지난달 폐업신고 하려고 했는데, 계약문제 때문에 3월까지 기다려야 된다고 하대." 남아 있는 옷감만 거의 1억원어치. 마땅한 처분 방법이 없어 고민 중이다.

"1960~70년대가 제일 좋았지. 그땐 우리도 잘 나갔어. 하루에 1,200만원 넘게 판 적도 있고. 청와대 들어가는 이불까지 수십 채씩 했지. 여기서 8남매 키웠거든. 요즘 젊은 사람들은 한복 맞추러 강남으로 가."

할머니 목소리엔 누구에겐지 모를 서운함이 가득 담겨 있다. 한 손으론 앞에 쌓여 있는 옷감을 아이 쓰다듬듯 어루만진다. "내일 결혼 앞둔 신랑신부가 오기로 했어. 오랜만에 맞는 손님인데, 좀 사가야 할 텐데…."

"시장이 살아야 한복이 산다"

시장은 한산해졌어도 유명 디자이너 한복을 찾는 발길은 꾸준하다. 청담동에서 한복집을 운영하는 디자이너 백설헌씨는 "그래도 시장이 살아야 한복이 산다"고 말했다. 학문으로 한복을 배운 사람과 재래시장에서 기술로 익힌 사람 맡은 역할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한복은 체형에 맞춰 한 벌 한 벌 손으로 만들죠. 그래서 경험과 연륜이 더 좋은 옷을 만듭니다. 그 좋은 옷을 사람들이 시장을 통해 많이 접해야 한복이 꾸준히 관심을 받겠죠."

수요도 수요지만, 솜씨의 전승이 잘 안 된다는 것도 문제다. "여든 넘은 분들 기술이 50~60대로 이어졌지만 그걸 이어받을 40대가 없어요. 벌이도 시원찮고 배우는 데도 만드는 데도 오래 걸리니 요즘 젊은이들, 섣불리 엄두를 못 내는 겁니다."

그래서 더욱, 시장 한복이 더 싸지면 안 된단다. 적정 가격이 유지돼야 젊은이들이 해볼만한 직업이라는 인식을 갖게 될 테니 말이다. 재래시장 역할이 한복의 대중화라면 전문가는 한복을 고급화, 세계화하는 흐름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게 백씨의 신념이다.

"바느질만 할 줄 알면 된다는 고정관념은 깨야 해요. 서양복식사를 한복에 접목시키고, 감성을 자극하는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해야죠. 시대가 그런 옷을 요구하니까요."

백씨가 최근 선보이고 있는 한복을 내온다. 도톰한 양단 치마에 얇은 홑겹 저고리를 매치한 독특한 디자인이다. 그 한복, 참 섹시하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 내게 어울리는 맞춤 한복 찾기

맵시를 아는 사람은 한복 고르는 것만큼 까다로운 것도 없다고들 한다. 이번 명절, 한복 입고 "예뻐졌다" "멋있어졌다"는 칭찬 한번 들어볼까.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도움으로 체형별 한복 고르고 입는 노하우를 소개한다. 평소 숨기고 싶었던 체형의 단점,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다.

● 키가 작고 말랐다면

한복이 제일 잘 어울리는 체형이다. 저고리와 치마(남성은 바지)를 같은 색으로 하면 키가 좀 더 커 보인다. 외곽선이 흐린 엷은 색 한복이 풍성해 보이기 때문에 마른 사람에게 어울린다. 고름만 다른 색으로 포인트 줘도 좋다. 치마는 길게, 저고리는 좀 짧게 한다. 저고리 깃 너비는 넉넉한 게 좋다. 작고 단순한 무늬가 들어간 디자인으로 화려한 느낌을 연출한다.

● 키가 작고 통통하다면

가장 신경 써서 골라야 하는 체형이다. 치마와 저고리 색을 같은 계열로 고르되 잔잔한 무늬로 포인트를 준다. 치마는 남색이나 진자주색 같은 계열이 키를 커 보이게 한다. 치마는 길게, 저고리는 좀 짧게 한다. 저고리 품이 길어야 덜 뚱뚱해 보인다. 가슴이 큰 편이면 속치마를 넓게 말아 단단히 여미는 게 좋다.

● 키가 크고 통통하다면

몸이 축소돼 보이는 진한 색상을 고르고 곁마기(저고리 겨드랑이 부분에 장식으로 댄 감)를 크게 해 품이 좁아 보이게 한다. 저고리 길이는 좀 길게, 소매는 더 좁게 한다. 저고리는 옅은 색, 치마는 짙은 색이 좋다.

● 목이 가늘고 길다면

흰색 동정과 긴 목이 잘 어우러져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는 체형이다. 저고리 고대를 높이고 깃을 길이는 짧게, 너비는 넓게 해 목을 약간 덮으면 더욱 우아하면서도 단아해 보인다. 밝고 따뜻한 색상의 저고리가 잘 어울린다.

● 목이 짧거나 굵다면

저고리 깃을 좁히고 앞깃을 길게 내려오게 한다. 여기에 고대도 깊게 파이게 하면 목이 좀더 가늘고 길어 보일 수 있다. 저고리와 치마를 같은 색으로 하고 깃과 고름만 짙은 색으로 포인트를 주면 좋다.

● 어깨가 넓고 올라갔다면

한복 고르기 까다로운 체형이다. 한복은 보통 어깨가 좁고 내려간 사람에게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저고리 진동선을 고대 쪽으로 좁혀주고 소매는 다른 감으로 배색하면 좋다. 저고리는 짙고 차가운 색, 치마는 옅은 감색이나 홍색처럼 팽창되는 색으로 입으면 넓은 어깨를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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