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주얼리호 구출 작전에서 생포된 소말리아 해적 5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사법권 행사가 시작됐다. 해적에 대한 우리 정부의 사법처리는 처음이다.
해적들은 삼호주얼리호와 선원 20명을 납치ㆍ구금하고 석해균 선장에게 총격을 가한 것에 대한 단죄를 받게 된다. 해적을 생포한 국가가 해적들을 자국으로 압송해 처벌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드물어 국내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당초 케냐 등 소말리아 인근 제3국에 해적을 넘겨 처벌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케냐 등이 난색을 표시한데다 테러 세력에 대해 분명히 처벌한다는 원칙을 보여주기 위해 해적들을 한국으로 데려왔다. 해적들을 확실히 처벌해야 한다는 국내 정서도 감안했다. 목숨이 위태로운 석 선장에게 총격을 가한 해적을 처벌할 이유도 커졌다.
생포 해적을 국내 사법 심판대에 세운 것은 현실과 타협하기 보다는 원칙 과시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는 이번 구출 작전을 통해 해적과의 불협상 원칙을 관철시켰다. 삼미드림호 석방 때 사상 최대의 몸값을 지불하면서 얻은 '한국 선박은 봉'이란 이미지도 일신했다. 소말리아 해적은 물론 국제 테러세력들에게 한국인에 대한 위해 행위를 했을 경우 강력한 응징을 받게 된다는 점을 각인시킬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뒀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국제사회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 특히 유엔의 해적재판소 설치를 비롯해 국제사회에 해적 공동 대처의 필요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네덜란드, 독일 등도 체포한 소말리아 해적을 자국에서 기소해 처벌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국가에서는 재판 중 인권문제와 시간, 비용 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정부 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들은 해적을 제3국에 인계해 처리하는 방안을 선호해왔다. 러시아는 '훈방'이란 이름 아래 해적들을 공해상에서 풀어주기도 했다.
국내 첫 해적 단죄의 의미가 퇴색하지 않으려면 국제사회까지 납득시키는 깔끔하고 투명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부담 때문에 일각에선 해적의 국내 단죄보다는 제3의 처리 방안이 가능하다는 현실론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한편 이번 해적의 국내 이송은 아랍에미리트(UAE)의 파격적인 지원 덕분에 가능했다. 당초 정부는 민간항공기나 공군 수송기 C-130을 투입할 예정이었으나 비용, 주변 9개국 영공 통과, 중간급유 등 문제가 까다로워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이 때 UAE는 우리 정부가 지원을 요청한 지 5시간 만에 왕실 전용기를 내주겠다고 응답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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